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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나라의 큰 나라 관음상, 1400년 변치 않는 미소

일본 나라 호류지 안 대보장원에 전시돼 있는 ‘백제관음상’. 세월을 견뎌온 미소는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일본인들이 나라에 오는 이유가 오직 ‘이 불상을 보기 위해서’라고 할 정도로 사랑받는다. [중앙포토]
“일본이 침몰해도 이것만은 남기고 싶다.”

프랑스의 대문호인 앙드레 말로가 극찬했던 ‘이것’은 바로 ‘백제관음상’이다. 이 불상은 일본 나라(奈良)에 있다. 나라는 간사이(關西) 지방 남쪽에 있는 고대 일본의 도읍지다. 오사카(大阪)·교토(京都)·고베(神戶)와 같은 일본의 유명 도시들과 가까이 있다 보니 이 지역에 여행 가는 사람들도 건너뛰기 일쑤인, 약간은 소외된 도시다. 한데 이 도시가 올해는 조금 남다른 관심을 모은다. 올해가 고대 일본이 나라에 도읍을 정한 지 1300주년 되는 때다. 우리야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알고 보면 고대 일본의 도읍엔 백제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 있다.

백제의 숨결을 좇아 ‘호류지(法隆寺)’로 갔다. 백제관음상이 모셔진 절이다. 이 절은 고구려·백제에서 불교를 배운 쇼토쿠(聖德) 태자가 607년에 세운 절이다. 천황의 명으로 세웠다고 한다. 국보·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190종류, 2300여 점으로 1993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절은 나라시내에선 전철로 세 정거장밖에 안 된다. 한데 전철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또 버스에서 내려 걸어야 하는 수고로운 여정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애써 찾아가면 1400년을 견뎌온 목재 건물의 도도함과 그 안에 숨어 있는 ‘백제관음상’의 아름다움이 그 모든 수고를 보상한다. 1000엔짜리 표를 끊고 들어선 절에선 어깨를 나란히 한 금당과 오층탑이 먼저 나타났다. 기와지붕이 가파르게 아래로 뻗쳤다 새침하게 들어올린 것이 우리의 것을 연상케 했다. 대부분의 일본식 사찰은 지붕이 느슨한 각도를 이룬다. 금당 안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벽화는 1949년 전기누전으로 난 화재로 소실됐다. 천장에 ‘비천도(飛天圖)’ 등 벽화 일부가 남아 있지만 실내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절 안내원은 “호류지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맛보려면 손전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류지 중문. 왼쪽 뒷편에 고개를 내민 오층탑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탑으로 유명하다.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회랑을 돌아 대보장원(大寶藏院)으로 향했다. ‘백제관음상’을 비롯한 일본 국보급 문화재들이 보관돼 있다. 표지판에는 ‘대보장원’이라는 글씨 아래 ‘백제관음당’이라고 써 있었다. ‘구다라칸논도(百濟觀音堂)’라고 읽는다. 일본에서는 백제(百濟)의 음독 ‘구다라(くだら)’는 ‘큰 나라’라는 말이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대보장원을 보려면 마음을 차분히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시간에 좇기면 섬세한 아름다움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는 창마다 가림막이 쳐져 있어 어두웠다. 오직 문화재만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다. 대보장원의 가운데 백제관음상을 위한 방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어두운 실내에 밝은 조명이 오직 관음상을 향했다. 사진 촬영은 금지됐다.

녹나무로 만든 관음상은 키가 2m를 훌쩍 넘었다. 오른손을 가볍게 펼쳐 앞으로 내밀고 왼손에는 호리병을 살짝 쥐고 있었다. 얼굴은 검게 변색됐지만 미소가 비쳤다. 8등신에 호리호리한 몸매, 부드러운 어깨와 허리의 곡선이 세월을 견뎌왔다. 뒤편 둥근 광배(光背)는 변색돼 오히려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일본인들은 이곳에서 나지막이 탄성을 뱉고 두 손을 모았다. 일본에는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란 형용사가 있다. ‘시시하다’는 뜻이다. ‘구다라’는 백제(百濟), ‘나이’는 없다(無い)를 의미한다. 즉 ‘백제에 없는 것’은 시시하다는 말이다. 7세기 왜(倭)의 하시히토(間人) 공주가 “좋은 것은 다 백제에서 왔구나”라고 한 말이 형용사로 뜻이 굳었다.

이정봉 기자

●여행 정보

일본 나라로 가는 직항 비행편은 없다.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나라까지는 급행열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교토에서도 급행열차를 탈 수 있고 나라까지 40여 분이 걸린다. 호류지역은 나라역에서 JR야마토지(大和路)선 쾌속열차로 세 정거장 거리다. 210엔. 간사이 스루 패스는 사용하지 못한다. 호류지역에서 호류지 앞까지 셔틀을 운영한다. 170엔. 이정표가 한글로도 돼 있어 걸어가도 괜찮다. 4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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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