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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봤나요, 싸움소의 그렁그렁한 눈을 …

손민호 기자
지난주 경북 청도에 갔었다. 소싸움 때문이다. 해마다 3월 중순(올해는 17~21일) 열리는 청도 소싸움 축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 축제다. 전국에서 가장 큰 소싸움 판이 벌어진다. 성공한 지방 축제로도 본보기가 된다. 청도군 인구가 4만5000여 명인데, 축제가 열리는 닷새 사이 얼추 50만 명이 청도를 방문한다. 거의 해마다 우수 축제로 뽑혀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서울 주재 외신 기자가 가장 흥미를 보이는 지방 축제로도 알려져 있다.

청소 소싸움 축제는 진행 방식이 특이하다. 원래 소싸움은, 예부터 경남 진주였다. 무려 11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도 진주에선 주말마다 소싸움 경기가 열린다. 청도가 소싸움으로 뜬 건, 1999년부터다. 청도군은 99년 기존의 대회 방식을 뜯어고쳐, 체급별 상금 1000만원을 내걸고 전국대회 상위 입상 선수만 초청했다. 유럽 클럽 축구에 빗대 설명하면 매주 경기가 열리는 진주 대회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같은 정규리그이고 청도 대회는 각국의 정규리그 상위 클럽이 경합을 벌이는 챔피언스 리그다.

올해는 전국대회 8강 이상 진출했던 싸움소 132두가 6개 체급으로 나뉘어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현장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 몇 가지가 있다. 영남 지방이 전체 판세를 압도하고 있었다. 전체 출전 선수 중에서 영남 이외 지역에서 출전한 선수는 12.8%(17두)에 불과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오래전부터 소싸움은 유독 영남에서 흥했단다.

이맘때 대회가 열리는 이유도 이번에 알았다. 본격적인 농사철에 들기 전, 농부가 심심풀이로 소끼리 싸움을 붙인 게 발단이었다. 하여 요즘에도 농번기 전에 대회를 연단다. 여기서 의문이 불거졌다. 소싸움이 농경사회 전통에서 유래한 건 알겠는데, 지금도 그 관습을 붙들고 있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차피 싸움소는 밭일은 일절 나가지 않고 시합만을 위해 조련되는데, 더욱이 소싸움은 청도 최고의 관광상품인데 굳이 이맘때를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청도 특산품 반시가 열리는 늦가을이나 한여름 휴가 시즌에 열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어 하는 소리다. 원래는 이 충무공 추모 행사였던 진해 군항제는 벚꽃 개화 시점에 맞춰 축제 일정을 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래도 소다. 싸움을 위해 날카롭게 각을 세운 쇠뿔과 그 뿔에 찔리고 찢겨 피가 뚝뚝 듣는 이마, 싸움에서 진 뒤 줄행랑치며 울어대던 눈망울이 내내 안쓰러웠다. ‘온 가족이 즐기는 민속놀이’라는 현장의 현수막이 눈에 거슬렸다.

소싸움은, 동물을 싸움시켜 구경하는 전통놀이 중 유일하게 합법 판정을 받은 풍습이다. 정부는 이르면 9월 소싸움 판에서 10만원 한도의 배팅을 허가할 방침이다. 사람 모양 소도 환영하는지 궁금하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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