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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세로수길·홍대옆, 새로 뜨는 예술 뒷골목

디자이너 현소민씨가 가로수 길 뒷골목의 카페 ‘슈거 빈 로이드’를 찾아 ‘사랑의 인사’를 보내고 있다.
가로수길·홍대앞의 재탄생 언제부터인가 이곳엔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카페에서는 인디밴드의 공연이 열렸고, 작은 가게에서는 젊은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소품이 전시됐다.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가 길을 따라 들어섰다. 주말이면 새로운 것에 목마른 젊은이들이 끌리듯 거리로 몰려들었다. 서울 서교동 홍대 앞과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그러자 이 젊음과 창조의 열정을 눈치챈 대기업들이 몰려들었다. 기업형 커피전문점과 베이커리, 레스토랑이 개성 넘치던 카페 자리에 거대하게 들어섰다. 그리고 그 자리엔 소비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원래의 터줏대감들은 집을 잃었다. 하지만 이곳을 뜨지는 않았다. 이들은 가로수길 큰 길의 양쪽 뒷골목으로, 홍대 정문 앞 서교동에서 상수동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로수길’과 ‘홍대앞’을 상업주의에 내주는 대신 그들은 새로운 둥지를 ‘세로수길’과 ‘홍대 옆’이라고 부른다. 두 길의 터줏대감들에게서 최근 이 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어봤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옛 카페의 정취 ‘홍대 옆’

“클럽 데이에는 오히려 안 가게 돼요”

홍대 앞 문화를 소개하는 잡지 ‘스트리트H’의 편집장 정지연(39)씨는 1996년부터 이곳을 드나든 ‘홍대 매니어’다. 그는 “홍대 앞 거리는 언더그라운드의 성지이자 뜨거운 청춘의 해방구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홍대 앞에서는 록카페를 중심으로 인디밴드들이 매일 공연했고, 술집에서는 예술가와 젊은이들의 토론이 벌어졌다. 정씨는 “정돈되지 않고 거칠었지만 창조의 열기만은 어느 곳보다 뜨거웠다”고 했다. 이후 홍대 앞 열정적 분위기에 홀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홍대 인근에는 카페 500곳, 출판사 300곳이 자리 잡고 있다.

잡지편집장 정지연씨가 ‘홍대 옆’의 디와니암 레스토랑을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상마당을 중심으로 ‘홍대 앞’이라고 불리는 메인 거리에는 클럽이 늘어서 네온사인을 뿜어낸다. 대형 식당과 프랜차이즈점이 밴드 공연을 열었던 카페들을 밀어냈다. 밀려난 이들은 상수동·합정동 등지로 자리를 옮겼다. 이른바 ‘홍대 옆’이다. 홍대 앞 메인 거리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분위기는 세상이 바뀐 것처럼 확 달라진다. 여기엔 네온사인이나 큰 간판처럼 짙은 화장으로 입구를 치장하지 않았다. 들어가보면 밴드 공연이나 젊은 작가의 따끈따끈한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 한번 들르면 다시 발걸음을 잡아끈다. 옛 홍대 앞 정서는 이제 이곳에서 구현된다. 그래서 독특한 카페들은 아예 홍대 앞 메인 거리를 피해 문을 열고 있다. 서울화력발전소(옛 당인리화력발전소) 근처로 멀찌감치 옮긴 카페도 있다. 정씨는 “옛 홍대 앞 창조의 기운과 열정이 가득했던 공간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옮겨갈 뿐”이라고 말했다.

뒷골목의 숨겨진 보물찾기 ‘세로수길’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은 해외파 디자이너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은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작은 가게를 열었다. 의류·가구·소품 등 종류도 다양했다. 입소문을 타고 젊은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곳은 자연스럽게 디자인의 명소가 됐다. 사진 작가들과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일터를 꾸렸다.

디자인 컨설팅그룹 데어즈(DAREZ)의 디자이너 현소민(26)씨는 “몇 년 전만 해도 가로수길은 거리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 같았다”고 했다. 그러다 3~4년 전부터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직영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큰 길가를 내준 디자이너들도 하나 둘씩 뒷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씨는 “본래 가로수길의 미덕은 상점마다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물건을 판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갖기 힘든 물건을 파는 곳이 압구정동·청담동이었다면 가로수길은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을 파는 곳이라는 말이다. 지금의 가로수길은 디자이너 전문숍과 대형 커피전문점 등이 뒤섞여 있다. 그러면서 가로수길만의 정체성도 희미해졌다.

시원하게 뻗어 있는 가로수길과 달리 세로수길은 뒷골목처럼 얽혀 있다. 그는 “가로수길을 따라 걷는 것이 ‘백화점 몰링’이라면 세로수길을 거니는 것은 ‘보물찾기’다”라고 표현했다. 한번 들러 눈도장을 찍은 가게라도 다시 찾으려면 헤매기 일쑤다. 가로수길 은행나무를 벗 삼아 생겨났던 이국적인 느낌의 카페도 이제 ‘세로수길’로 숨어들고 있다. 현씨는 “점점 가로수길은 조금 아름다운 시장이 돼가고 세로수길에서 이전의 여유로움을 더 느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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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