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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중시 유교 덕목이 경제위기 탈출 큰 힘

중국 상하이 푸둥에 있는 ‘ 다섯 마리 황소 동상 ’은 중국 경제의 상징 중 하나다. [중앙포토]
유교는 ‘거버넌스’ 이론이다. ‘무위’ ‘무소유’를 주장하는 도교·불교가 무상함을 깨닫게 해 세상을 헤쳐 나갈 철학을 제공하는 반면 유교는 철저한 ‘유위’ ‘작위’의 이론 체계다. 유교는 자신을 연마(수신·individual governance)해 집안을 잘 다스리고(제가·corporate governance) 나아가 나라를 제대로 통치(치국·national governance)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달성(평천하·global governance)하는 게 목표다.
제대로 된 수신은 제대로 된 교육철학과 제도를 전제로 한다. 또 제대로 된 제가란 자신의 직능 분야에서 ‘일가’를 이룸을 뜻한다. 제대로 된 인물들이 떠받드는 나라는 제대로 통치될 수밖에 없고 이런 나라들이 모인 세상은 평화로울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제대로 됐다’는 것은 물론 핵심 유교 가치인 충효·인의예지신을 내재화해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유교와 21세기 한국


그래서 유교는 철저히 공동체주의적이기도 하다. 유교에 ‘근대적 개인’이란 없다. 유가에서 인정하는 기본적 사회단위는 인간, 즉 ‘사람 사이’다. 개인보다 개인과 개인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유가는 모든 인간관계를 오륜(군신유의·부자유친·부부유별·붕우유신·장유유서)으로 압축한다. ‘인간이 됐다’는 것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바람직한 관계, 즉 오륜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유교는 개인을 억압하는 위계적 권위주의의 온상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개성을 존중하고 계발시키기보다 남의 눈치를 보게 하는 폐단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유교는 21세기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우리는 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하에 살고 있다. 현재 도입된 모든 제도·법·규범은 국가·교회·가족 등 전통적으로 개인을 억압할 수 있는 제도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고자 고안됐다. 사법제도가 보장하는 개인의 권익과 사유재산, 자유시장경제가 보장하고 권장하는 개인의 이윤 추구는 개인의 영역을 보호하고 확대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행해지는 개인의 이윤 추구는 인간 합리성의 극치로 간주된다. 즉 개개인은 누구보다 자신의 선호도·이해관계를 잘 알고 있기에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가는 개인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할 뿐 그 과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시민 개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을 왜곡하고 비효율성을 증대하는 첩경으로 여겨졌다. 이것이 바로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고전경제학의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 금융위기는 자유시장경제가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일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 준다. 가장 자유롭고 개방적이기에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던 미국 금융시장이 수년간에 걸친 지극히 비이성적 투기성 투자 행위를 자행해 촉발한 경제위기는 국가 역할의 한계를 보여 주면서 국가와 공공 영역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에 가장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한국·중국의 경우는 국가·정부가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고 경제위기를 잠재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즉 시장과 개인의 이윤 추구만이 아니라 사회안정·형평성·공평성 등 공공 원리의 도입이 오히려 경제위기 극복과 정치·사회적 안정 도모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국가와 시장, 사회와 개인 간의 올바른 균형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유교의 역할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유교적 거버넌스 철학으로 무장한 시민·사회·국가가 자유시장경제와 개인 영역의 과도한 팽창과 때로는 비합리적 선택으로 야기되는 경제·사회적 불안을 불식하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970~80년대를 거치며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이 급부상해 대두된 것이 ‘유교 자본주의론’이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대신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며 강력한 산업정책을 통해 경제 개발을 꾀한 ‘개발국가’들의 눈부신 성공은 동아시아 특유의 경제 발전모델과 이를 뒷받침하는 유교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90년대 말의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이런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엘리트 관료들이 수립한 산업정책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해 나가던 개발국가들은 하루아침에 ‘정실자본주의’의 표상으로 전락했었다. 대신 동아시아 개발국가들은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의 최소화를 이상으로 삼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다시 10년 만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전세는 역전돼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개입과 통제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가장 역동적이며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지역은 동북아다. 세계 2·3위 경제대국 중국·일본이 자리하고 있으며 세계 5대 외환보유국이 모여 있다. 동북아가 21세기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 지역 국가들은 국가의 역할, 즉 ‘국’과 ‘가’의 균형을 강조하는 유교 전통을 공유한다. 이 국가들이 시장경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강력한 국가 주도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유교가 앞으로도 유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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