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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위기의 시대, 공자에게 길을 묻다

유교는 앞으로 미래 세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물론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자 부활이 일시적인 것이 되는 경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개의 ‘만약에(if)’가 결합되면 유교는 국제관계의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첫째 ‘만약에’는 중국의 국력이 미국에 버금가게 되는 경우다. 둘째 ‘만약에’는 중국이 유교를 국가이념이나 준(準)국가이념으로 채택하는 경우다. 셋째 ‘만약에’는 유교 자체가 21세기 국내사회와 국제질서를 감당할 정도로 발전하는 경우다. 세 개의 ‘만약에’가 모두 현실화되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공자의 부활

서로 맞물려 있는 중국의 부상과 공자 부활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윤곽은 잡혀 있다. 우선 유교가 과시해온 생명력을 고려하면 유교는 충분히 21세기형 이념 체제로 발전할 수 있다. 유교는 이미 여러 번의 쇠퇴와 부흥 사이클을 거쳤다. 분서갱유(焚書坑儒)의 대상이기도 했으나 한(漢)나라의 국교가 됐다. 3~7세기에는 도교의 부흥과 불교의 유입으로 상대적으로 쇠퇴했었다. 그러나 주자학 형태의 유교는 도교·불교적 요소를 흡수해 형이상학적 이론을 제시했다. 21세기 유교도 민주주의·자본주의의 요소를 흡수하고 플러스 알파까지 덧붙일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공산주의를 이념으로 삼을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선 중국과 이념적 공감대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는 공자 부활은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게다가 종교와 국제관계의 일반적인 관계를 살펴보면 유교는 지역국제질서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유교는 통합적 기능을 발휘했다. 유교는 균형(balancing)보다는 편승(band-wagoning)과 친화적인 가치체계였고 이는 지역 평화에 기여했다.

한나라와 로마의 차이를 살펴보면 유교의 통합적 순기능이 부각된다. 동양과 서양에서 당시의 ‘세계’를 제패한 한나라와 로마가 붕괴한 이후 동아시아와 서부 유럽은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중국에선 분열 시대를 거쳐 통일적 제국이 복원되는 경향이 있었다. 유럽에선 유럽연합 등장 이전까지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로마 제국이 복원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연합은 초국가적(supra-national) 연합을 이룩한 선진적 사례가 아니다. 유럽연합은 통합을 유지해온 중국에 비해 오히려 수백 년, 수천 년 뒤진 것이다. 유교는 지역 질서에 구심력을 제공하는 통합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종교개혁의 여파로 발생한 종교 전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교는 유럽에서 원심력으로 작용했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고 홀로 헤게모니(hegemony)를 쥐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생각하기에 따라 그리 나쁠 것도 없다. 현 국제 질서는 모든 국가가 동등한 주권을 지니고 있다. 국제사회가 위계서열보다는 세력균형을 기조로 움직인다. 이는 국제정치학자들이 지적하는 국제질서의 ‘위선적’ 측면이다.

청나라가 붕괴하기 전까지 우리는 사대교린(事大交隣) 질서 속에 살았다. 사대교린은 요즘 말로 하면 친(親)헤게모니(pro-hegemony) 정도가 될 것이다. 중국이 홀로 헤게모니를 쥐는 경우도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 친숙한 질서일 것이다. 한국이 급성장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국제질서에 친숙하게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국제체제에 서열이 있다는 것을 용납하기 힘든 국가들도 많았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공유하는 ‘이중패권시대(bigemony)’, 즉 ‘큰형님이 둘’인 경우에는 보다 세련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국내정치 개념인 ‘교차 균열(cross-cutting cleavage)’을 국제관계에 도입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정치에 있어선 균열의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수록 정치적 안정이 증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의 세계 질서가 ‘교차성이 없는’ 동양 대 서양이나 미국 대 중국의 대결 구도로 가는 경우는 우리에게 가장 난감한 상황이기에 이를 적극 방지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유교를 매개로 한·중·일·베트남·대만·싱가포르 등이 포괄된 문화적 연대를 이뤄야 한다. 반면 미국·일본·유럽연합과는 자유민주주의 연대를 이뤄야 한다.

유교 자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가치 체제가 가치 체제를 만나면 일단 상대편을 먼저 흡수하는 게 유리하다. 마테오 리치는 유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서유(西儒·Western Confucian)로 표방했다. 우리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다. 예컨대 동학은 유불선을 통합하고 천주(天主)라는 호칭을 도입한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학의 요소까지 흡수했다. 한국형 신유교도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다.

19세기 영국에서 20세기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간 경우에는 패권 교체가 평화적이었다. 영·미 간의 언어적·문화적 동질성 덕분이다. 미·중 간 패권 교체는 덜 평화적일 것이지만 한국의 미래는 어떤 경우에도 밝을 수 있다. 한국 유교, 국내 공씨((孔氏) 인구, 자유민주주의 등 자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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