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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이름 지우고 참가 번호로만 평가해 ‘선입견’ 차단

제1회 가인 법정변론대회. 19일 오후 형사 재판에 앞서 진행된 민사 재판에선 연세대 로스쿨팀(김성훈·양선미·박상택)과 한양대 로스쿨팀(송제혁·김상욱·유정희)이 격돌했다. 변론 대상은 ‘일조권 침해 손해배상 사건’ 항소심 첫 재판이었다. 이미 1심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주민 2명에게 건설 시행사와 시공사가 연대해 2600만원, 32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반발해 건설회사가 항소했다.

제1회 가인 법정변론대회 어떻게 치렀나

사건의 쟁점은 일조권·조망권·사생활 침해 등이 수인한도(受忍限度·피해가 서로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었는지 여부와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여부였다.

건설회사 측 연세대 팀은 “신축 아파트의 일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배상 판결을 내린 이 사건 1심 판결은 잘못이므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을 대리하는 한양대 로스쿨팀이 반박했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모씨와 인근 주택 주민 김모씨가 일조권과 조망권,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를 입었다. 청구인들의 항소는 기각돼야 한다.”

일조권 등의 침해가 수인한도를 넘어섰는지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연세대팀) “주민 김씨 등은 아파트가 완공되면 일조권 등이 침해될 것임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사전에 문제삼지 않았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언이 있다. 설사 인정되더라도 대법원 판례는 ‘외부 골조 공사가 완료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소멸시효(3년)가 완료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한양대팀) “피항소인들은 서초아파트 신축 이후 하루 1시간 정도밖에 햇볕을 쬐지 못한다. 판례는 최대 연속 일조시간 2시간, 총 일조시간 4시간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침해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또 외부 창문의 70% 이상이 가려져 있어 조망권도 침해받고 있다. 사생활 침해 수준도 10등급 중 4~5등급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자 연세대팀은 “건물 간 거리가 46.2m라서 6등급에 속하는 데도 4~5등급이라고 한 1심 감정 결과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사뿐 아니라 형사 역시 경연대회는 ▶사건 호명, 참가자 확인, 사건개요 소개(4분) ▶쟁점 정리(5분) ▶주변론(20분) ▶재변론(45분) ▶종합변론(6분) 순으로 진행됐다. 총 80분간의 재판 동안 로스쿨 학생들은 주저 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논리를 펴나갔다. 재판장의 예리한 질문에도 즉각 답을 내놨다. 정당방위·정당행위·공연성·수인한도·오상정당행위 등 어려운 법률 전문용어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왔다.

대회 전 과정을 챙긴 최환 법원행정처 판사는 “대회 기간 내내 로스쿨생들의 태도가 너무 진지하고 열기가 뜨거워 놀랐다”고 말했다. 본선에 오른 3개 지방 로스쿨 학생 중에는 서울에서 합숙을 한 경우도 있었다. 예선 과정에서 엄정한 심사를 위해 소속 로스쿨이나 이름은 전부 지우고 참가번호로만 평가했다고 한다.

이날 시상에 참여한 손기식 성균관대 로스쿨 원장은 성대 로스쿨팀이 형사 분야에 이어 MVP까지 차지하자 고무된 표정이었다. 손 원장은 미국 국제법학회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법 모의재판 대회(Jessup)’에 학생들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조 1위 12개 팀이 오른 본선에 서울대는 민사와 형사 각 1팀이 진입했다. 하지만 민사는 한양대 팀에, 형사는 성균관대 팀에 발목을 잡혔다. 연세대·한양대는 본선에 2개 팀씩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 팀이 포함됐다. 본선 문제도 결선과 마찬가지로 시의성을 중시했다. 민사는 식물인간 환자에 대한 인공호흡기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소송이었다. 형사는 의료기기인 쑥뜸기를 제조, 판매한 혐의로 무면허 의료업자를 기소한 사건이었다.

대회 집행위원장인 임시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은 “2017년부터는 로스쿨생만으로 법조인을 뽑게 된다”며 “로스쿨 제도의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대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올 여름방학 때부터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들을 상대로 법원 실무수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직 판사가 실무 강의를 맡는다. 이를 위해 ‘실무교류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임 실장은 “구술변론이 중시되는 공판중심주의 제도 아래서는 ‘법학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다방면의 경험과 법률 지식을 가진 ‘제너럴리스트’가 유리하다”며 “변호사의 법정 변론 능력이 재판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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