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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마음을 흔드는 별미

화산재가 쌓인 토양 빛깔 때문에 가고시마에는 유독 ‘구로(黑)’가 붙은 이름이 많다. 쌀로 만든 흑초(黑酢),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흑우(黑牛), 소주를 담는 주전자인 구로조카라(黑千代香), 흑돼지(黑豚)가 대표적인 예로 이 모두가 일본 내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특히 가고시마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맛봐야 하는, 천하일미라는 평을 듣는 흑돼지가 시식 코스에 잡혀 있어 일행들의 침을 삼키게 만든다. 참신한 발상의 색깔 마케팅과 흑돼지 요리 얘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허영만 화백이 ‘쿠레나이노부타(紅の豚)’, 즉 ‘빨간 돼지’(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유명 애니메이션)와 흑돼지 중 어느 것이 더 유명하냐는 짓궂은 한마디를 건넨다. 잠시 뜸을 들인 현청 직원의 대답이 일품이다. “거장의 손길이 닿은 빨간 돼지는 보는 감동이, 가고시마 사람들의 정성이 깃든 흑돼지는 먹는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우문현답이다.

일본 가다 - 가고시마 두 번째 이야기-흑돼지 샤브샤브

하나 둘 셋! 구호와 함께 먹어야 제맛
가고시마 사람들은 흑돼지를 가리켜 ‘예술품’이라고 한다. 17세기 오키나와를 통해 흑돼지를 도입한 이래 육질 개선을 위한 수많은 정성과 노력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품종 개량이다. 메이지(明治)시대 영국의 버크셔종과 토종 흑돼지의 교배를 시작으로 총 세 가지 계통의 돼지를 교배해 현재의 가고시마 흑돼지를 탄생시켰다. 여기에 가고시마 고구마를 사료로 이용해 최상의 육질을 완성하게 됐다고 한다.

흑돼지 설명에 열을 올리던 직원이 세밀한 분석을 선호하는 일본인답게 관련 자료를 돌린다. 연하고 차진 식감과 아미노산 등 풍부한 맛 성분, 신선한 지방이 특징이라는 것이 자료의 요지다. 더불어 “가고시마 흑돼지는 털이 검은색이지만 네 다리와 콧등, 꼬리 끝에 흰색 반점이 있어 육백(六白)이라고도 불린다”며 샴페인처럼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돼지고기 요리는 돈가스(豚カツ)지만, 가고시마에서는 샤브샤브(しゃぶしゃぶ)로 통한다. 돼지고기 샤브샤브라 생소한 감이 없지 않으나 상차림은 국내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갈빗살과 어깨, 등 부위를 얇게 썬 고기는 소고기라 해도 믿을 만큼 선홍빛 육색과 투명하고 맑은 지방색이 돋보인다. 평소 육식을 선호하지 않는 허 화백도 예술품으로 만든 요리는 예외라며 호기심을 보인다.

먹는 순서는 먼저 고기 몇 점을 데쳐 먹어 육수에 풍미가 퍼지게 한 후 파·시금치·버섯·당근·두부 등을 육수에 차례차례 넣어 먹는다. 고기와 채소를 어느 정도 먹었다 싶으면 라면이나 메밀면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마치 낚싯대를 낚아채듯 살짝 익힌 고기를 들어올린 허 화백이 소스를 듬뿍 적셔 한입에 넣고는 가고시마 흑돼지의 달고 진한 풍미와 고소한 지방 맛이 가히 일품이라는 평과 함께 소스가 독특하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잊지 않는다.

‘이치니산(いちにさん)’의 주인이 “역시 식객 작가”라며 “샤브샤브의 맛은 고기뿐만 아니라 소스가 핵심으로 저는 소바 쓰유(つゆ)를 사용합니다”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33년 전 소바 전문점으로 시작한 가게 내력을 유지하고 싶어 각고의 노력 끝에 쓰유에 몇 가지 비법을 더해 소스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기실 가고시마 유수의 전문점들 모두 다른 종류의 소스를 사용하고 있어 성공 여부의 중요한 열쇠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 정도면 샤브샤브계의 떠오르는 강자라 할 만하다.
자리에서 일어나던 주인이 가게 이름처럼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 고기를 꺼내 먹으면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재미난 정보를 알려준다. 어느새 일행 모두 육수에 고기를 담그고 봄바람에 나부끼는 벚꽃처럼 살랑살랑 흔들며 하나 둘 셋을 외치는데 그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 맛은 물론이고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가고시마 흑돼지 샤브샤브만의 매력이다.

샤브샤브 기원은 칭기즈칸의 투구 요리?
샤브샤브란 ‘찰랑찰랑’이란 뜻의 의성어로 끓는 물에 고기를 데칠 때 들리는 소리에서 착안한 단어다. 이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은 1952년 오사카(大阪)의 스에히로(すえひろ) 본점으로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육류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요리법을 개발하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여기에 샤브샤브란 단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상표 등록 당시 의도적으로 ‘니쿠노샤브샤브(肉のしゃぶしゃぶ)’로 했다는 재미난 일화도 전해진다.

샤브샤브의 기원에 대해서는 13세기 칭기즈칸의 군대가 원정 당시 투구에 양고기를 삶아 먹던 방식이 정설로 통하고 있으나 관련 자료 부족으로 신뢰도가 떨어진다. 조리법과 상차림이 유사한 중국의 훠궈(火鍋)라는 음식이 관심을 끌지만 이도 딱히 만족스러운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전골이나 토렴(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하는 조리법) 기원설은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다만 한·중·일을 비롯해 동남아시아권에 고기와 함께 각종 채소를 살짝 익혀 먹는 요리들이 존재하는 걸로 봐서 국물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식문화가 아닐까 한다.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 클레어(Clair)와 한진관광의 후원으로 2년간 일본을 방문해 다양한 요리와 온천 문화, 자연을 경험하고 그 체험을 독자와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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