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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수집품 10만 점, 국가 대표급 가구 컬렉터

서울 홍익대 앞 aA디자인뮤지엄 김명한(58) 대표는 수집품을 아예 대중이 체험하도록 내놓는다. 건물 1층 ‘카페aA’는 건물 자체가 골동품이다. 150년 묵은 영국 템스 강변의 가로등과 철제 문, 1900년대 영국 공장 창문, 120년 된 영국산 나무 바닥 등이 건물을 구성한다. 카페 안에 놓인 식탁과 의자도 찰스&레이 임스 등 유명 디자이너의 빈티지 작품들이다. 수십만원부터 수천만원에 달하는 의자에 손님들은 무심히 앉아 커피를 마신다. 혹시나 가구가 손상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이경희 기자의 수집가 이야기 - aA디자인뮤지엄 김명한 대표

“이렇게 써도 200년은 갑니다. 끄떡 없어요. 수리 기술도 있고요. 가구는 몸이 기억하고 체험해야 합니다. 세포가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죠.” 카페에서 사람들은 의자의 디자인을 눈으로 보고, 안락함을 몸으로 체험한다. 디자인 전공자들은 이곳에서 디자인을 몸으로 배운다.

“학교에선 자꾸 예술 교육을 하는데, 그건 교양 과목일 뿐입니다. 한국의 가구 디자이너들은 예술성은 뛰어난데 실용성이 떨어져요.” 교수가 학생들을 이끌고 이곳에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가 바라던 바였다. “디자이너들의 삶은 불안합니다. 극소수만이 명성을 얻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밥 먹고 사는 사례를 보여 주고 싶었어요.”

1 ‘베이커 소파’. 핀율(Finn juhl), 1951. 북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핀율이 미국의 가구 회사 베이커사를 위해 디자인한 소파. 덴마크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이 디자인을 복원해 VIP용 의자로 썼다. 현대가구 디자인은 50~60년대의 리디자인에 의존하고 있다.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디자인이 50~60년대 이미 쏟아져서다.2 ‘투트 바 비엥 캐비닛’. 앙투안+마뉴엘, 2009.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인 앙투안 오디오와 마뉴엘 바로즈 커플이 BD 바르셀로나와 협업해 발표한 디자인. 가구는 입체이지만 평면적인 디자인이 적용되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조각품처럼 볼륨감이 있다.3 ‘스탁(Stack)’. 로 에지(Raw egdes), 2008. 영국 에스타블리시드 앤 선스사에서 생산한 스탁. 양방향으로 꺼내 쓸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서랍.
김 대표는 보수 성향이 강한 경북 안동에서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오후 6시면 칼같이 퇴근해 아들을 붙잡고 공부를 시켰다. 그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만 했다. “공부는 싫어했어요. 여행은 좋아했죠.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했어요. 지금도 제가 만든 세상에서 살고 있는 셈이죠.”

친구들은 예비고사를 치르기 위해 대구로 떠나는데, 그는 반대로 서울행 열차에 올랐다. 그 길로 독립했다. 서울에 먼저 올라온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다 사설학원에서 패션디자인을 배웠다. 미대에 다니던 사촌누나가 “우리나라에 남자 디자이너가 없으니 도전해 보라”고 권한 게 계기가 됐다. 제법 소질이 있었다. 그러나 아주 뛰어난 예술적 재능이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미래가 불안했다. 생존을 위해 서른 중반 대학로에 카페를 차렸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1991년 주택을 개조해 카페 아지오를 열었다.

“카페를 열고 보니 공간을 꾸미는 데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유사한 형태의 레스토랑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고, 저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구와 조명을 사들였죠. 앞서 나가려면 멈출 수 없었어요. 그러다 나도 모르게 빨려들었죠.”
김 대표는 한국에서 알아주는 가구 컬렉터다. 특히 의자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골동품에서 컨템퍼러리 작품까지, 크고 작은 오브제를 합하면 그의 수집품은 얼추 10만 점이 넘는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탈출한 뒤론 카페로 돈 버는 게 아닌,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우선 오랜 시간을 들여 박물관을 지었다. 층고가 5m20㎝에 달하다 보니 7층을 지을 수 있는 곳에서 4층밖에 올리지 못했다. 2007년 개점 뒤 리뉴얼을 거듭했다. 지금은 1층 카페 외에는 제한적으로만 공개한다. 5월에 뮤지엄을 완전히 오픈한다.
지난달엔 리빙 디자인 잡지 ‘캐비닛’을 창간했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패션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 톰 딕슨, 일본의 아트 디렉터 후지모토 야스시 등 전 세계 디자인 거목 20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컬렉션도 할 겸, 정보도 모을 겸 1년에 70~100일은 해외에 나갑니다. 작품을 구입하다 보니 작가들과 친분이 생겼죠. 잡지에는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현재진행형인 사람만 담았어요. 명성을 먹고사는 사람은 뺐어요. 디자이너는 끝까지 진보적이어야 하니까요. 자전거는 뒤로 못 갑니다. 우리나라에선 명성이 생기면 퍼포먼스만 하려 들지만요.”
그는 은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어서다. 디자인 감각에 관한 한, 모든 젊은이가 자신의 경쟁 상대라고 생각한다. 올가을이면 aA란 이름의 가구 브랜드도 론칭한다.
“디자인이란 ‘이왕이면 다홍 치마’예요. 그런데 대중의 주머니 사정과 너무 동떨어져 있죠. 아무리 좋아도 테이블 하나에 1000만원이 말이 됩니까. 100만원대 기막힌 6인용 오크 테이블이 나오면 안 되느냐는 거죠. 일본의 ‘무지’가 190만원 선이에요. 저는 150만원 미만으로 낮추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나라 간식 중 떡볶이를 넘어서는 게 없어요. 싸고, 빠르고. 그게 바로 디자인입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면 블로그 ‘돌쇠공주 문화 다이어리(blog.joins.com/zang2ya)’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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