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집중 보도
보도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는 퇴임 이듬해인 2008년 7월 이 위원회에 UI 에너지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3개월 동안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사유를 댔다. 위원회는 부탁을 받아들였다. 3개월 뒤인 10월이 되자 블레어 전 총리 측은 이 위원회에 다시 6개월 동안 공개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유는 전과 같았다.
위원회는 이후 이 내용의 공개를 계속 미루다 지난해 11월 블레어 전 총리에게 보고서를 내겠다고 알렸다.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달 “아직도 민감한 문제”라며 비공개를 요구했지만 위원회는 최근 낸 보고서에 이 내용을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UI 에너지가 이끄는 투자 컨소시엄에 자문”이라는 짤막한 문구만 담겼다. 얼마를 받고 어떤 일을 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없다.
영국 언론은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의 쿠르드족 자치지역에서 UI 에너지가 유전 개발권을 따낼 수 있도록 비밀리에 이라크 정부나 쿠르드족 자치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한국석유공사 주도로 쿠르드 지역 내 바지안 광구의 유전을 개발 중인 컨소시엄의 4%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국정감사에서는 이 컨소시엄과 쿠르드족 자치정부가 맺은 계약이 이라크 중앙정부에 의해 승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효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디언은 블레어 전 총리 측이 UI 에너지 관련 일이 어떤 것인지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이라크와 관계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블레어 전 총리의 대변인이 “2008년 8월에 단발성으로 일을 했을 뿐이며, 위원회에 비공개를 부탁한 것은 UI 에너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규선(50)씨는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 마이클 잭슨 등 해외 유명 인사를 초청하는 데 기여하며 국제적 마당발로 알려졌다. 2002년 그가 구속됐을 때에는 스티븐 솔라즈 전 미국 하원의원과 로버트 스칼라피노 UC버클리 명예교수 등이 탄원서를 냈다. UI 에너지의 홈페이지는 솔라즈 전 의원, 스칼라피노 교수, 로버트 호크 전 호주 총리, 폴 렉소 전 미국 상원의원 등이 회사 고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