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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김지하, 그가 느낀 천태만상 305편

시인 김지하씨가 고희 기념 신작 시집 『시삼백(詩三百)』을 펴냈다. 지지고 볶고 사는 세상의 천태만상을 담았다. [연합뉴스]
시인 김지하(69)씨가 신작시 305편을 모은 세 권짜리 시집 『시삼백(詩三百)』(자음과모음)을 펴냈다. 음력으로 2월 4일인 19일은 김씨의 예순아홉 번째 생일이다. 하지만 그는 “후천개벽 믿고 사는 나 홀로 동학당 김지하에겐 올해가 바로 칠순이 된다”며 서둘러 시집을 냈다. 고희 기념으로 새 시집을 낸 것이다.



고희 기념 세 권짜리 시집 ‘시삼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저항시인, 김씨가 고희 기념 시집을 냈다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김씨는 이날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 조촐한 점심 식사도 함께 했다.



1990년대 초반 이른바 ‘분신정국’ 때부터였다. 한 일간지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글을 기고한 이후 김씨는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동학과 후천개벽, 중국의 주역과 다른 정역(正易) 같은 단어들이 그를 따라다녔다. 지난해에는 소설가 황석영씨 ‘변절 논란’을 두고 진보 논객 진중권씨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도 김씨의 입은 거침 없었다.



그는 “내가 시는 별로여도 1960년 4·19부터 50년간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세상 보는 안목은 있다”며 특유의 후천개벽 사상을 풀어 놓았다. 3000년 전 기울어졌던 지구의 자전축이 최근 돌아오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지금까지의 정치체제와는 판이한 직접 민주주의 형태가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는 물론 경제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고 지식인들은 정말 심각한 문제를 챙기기보다는 먹고 사는데 급급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의 국운(國運)이 좋은데 비해 각 방면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숨차다 싶게 주장을 펴다가도 결국은 시로 돌아왔다. 뭐니뭐니 해도 김씨는 시인이다.



“2008년 촛불 정국 때 내 어머니와 장모(소설가 박경리)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셨다. 답답해서 그랬는지 시가 마구 쏟아졌다. 너스레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동안 이 사람이 아팠구나’ 생각해달라. 마지막까지 읽어보면 뭉클할 것이다.”



『시삼백』은 『서경』『역경』 등 중국 삼경 중 하나인 『시경(詩經)』의 다른 이름이다. 춘추전국시대 공자가 당대 민초들 사이에 유행했던 노래, 정치적으로 비판적인 내용의 시 등 3000여 편에서 300여 편을 간추린 것이다. 김씨는 새 시집에 실린 시들을 성격에 따라 8가지로 분류했다. 이야기(賦), 노래(興), 교훈적인 것(此), 풍자(諷), 초월적인 명상(神), 땡,똥, 뚱 등이다. 땡은 키우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중생시(衆生時), 똥은 구린내 나는 상상력의 영역, 뚱은 세계 사는 게 영 재미없는 차원을 이른단다. 시집은 김씨의 눈에 비친 천태만상의 모습이다.



‘노래’로 분류된 짧은 시 ‘짧은 여행’에는 싸움과 투쟁으로 점철된 인생을 돌이켜 응시하는 고즈넉함이 묻어난다.



‘죽나//죽는 건가//내 삶이 꼭/짧은 여행 같다//오늘/다 떠나간 벌판//설날/하루 전/밤//죽나//죽는 건가//이리 헛헛하다/스산하다//짧은 여행이었다 하자/싸우다 싸우다가는/미련 없는//실패의/길//아무도/날/돌아보지 않는다//후회는/없다//삶이란 그런 것/그런//꼭/짧은 여행.’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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