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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승부 조작

승부 조작은 고대 올림픽에서 흔한 일이었다. 선수들은 출전 자격을 속이고, 심판을 매수했다.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제우스 동상 건립 특별기금을 내야 했다. 그리스 말기에 제우스 동상이 넘쳐난 까닭이다.(데이비드 캘러헌, 『치팅 컬처』)



승부 조작의 최고수라면 역시 로마의 네로 황제가 아닐까. 자신의 일정이 바빠서 그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예 올림픽 개최를 2년 뒤로 미루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네로는 각종 경기에서 1808번을 우승했다고 전해진다. 사두전차 경주에서 우승한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말 열 마리를 모는 십두전차 경주도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만 경기 중에 전차가 전복돼 버렸다. 당연히 결승점까지 가지도 못했다. 하지만 심판은 황제의 승리를 선언했다. 네로는 심판의 판정에 25만 드라크마로 보답했다. 나중에 그의 후계자 갈바가 심판에게 반환을 요구했을 만큼 엄청난 돈이었다.



또 다른 폭군인 칼리굴라 황제는 대놓고 승부를 조작하는 것은 싫어했던 모양이다. 그는 맹수와 검투사들을 동원한 잔인한 경기를 즐겼는데, 자신이 경기의 승부를 조작한다는 사실이 간파당하면 경기 책임자를 쇠사슬로 때렸다. 며칠씩 매를 맞다가 죽어버린 책임자도 있었다.(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역사의 지배자』)



현대에는 승부 조작의 방법이 좀 더 교묘해졌다. 독일 인스부르크 대학 경제학자들이 2000/2001 시즌 분데스리가 경기와 지역리그를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다. 연구에 따르면 심판들은 홈팀이 1점 차이로 뒤진 상태로 경기 종료 시간이 됐을 때 추가 시간을 30초~2분 정도 더 줘서 무승부나 역전을 이끌어냈다. 페널티킥도 홈팀이 주장할 때는 81%, 타 지역팀이 주장할 때는 51% 받아들였다. 물론 심판 배정을 좌지우지한 것이 드러나 2006년 이탈리아 명문구단 유벤투스가 우승을 박탈당하고 세리에 B리그로 강등됐던 것처럼 적나라한 승부 조작도 종종 발각된다.



지난해 고려대 축구부 감독이 심판을 매수해 9개 경기의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18일 드러났다. 매수 자금은 학부모에게서 걷었다고 한다. 1500만원 넘게 써서 연·고전(고·연전) 승부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당시 심판의 미심쩍은 판정에 항의하던 연세대 감독은 퇴장까지 당했다. 학교 간 친선경기까지 돈으로 사다니. 네로도 놀랄 일이다.



구희령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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