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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기차여행 3│봄꽃열차] 막히는 길 위에서 보내기엔 봄날은 너무 짧지요

국내 여행 업계는 1년에 두 번 성수기를 맞는다. 한 번은 봄에, 또 한 번은 가을에. 봄에는 꽃 피는 소식 따라 남녘으로, 가을엔 단풍이 드는 산을 찾아 북쪽으로, 긴 줄 늘어선 관광 버스가 나들이 인파를 연신 실어 나른다. 꽃으로 유명하면 봄에, 단풍으로 이름이 났으면 가을에 전국의 명소는 하나같이 혹독한 교통 정체를 앓는다. 철마다 되풀이되는 일종의 민족 대이동 현상이다. 기차 여행 세 번째 순서로 기차를 타고 가는 꽃놀이를 제안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기차 여행은, 교통 체증을 피하는 가장 효과적이자 유력한 꽃놀이 방법이다. 기차를 타야 할 다른 이유도 있다. 기차와 인연이 있는 봄꽃 명소가 의외로 여럿 된다. 산에 핀 꽃도 좋지만 철길 따라 핀 꽃은 더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차 타고 가면 더 좋은 꽃놀이 명소를 소개한다.



손민호 기자



#진해 군항제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



언제부턴가 우리 봄 풍경은 벚꽃이 지배했다. 벚꽃 명소가 팔도에 널려 있다. 하나 으뜸 명소는 예부터 정해져 있다. 군항제가 열리는 경남 진해다. 원래 군항제는 1962년 4월 13일 우리나라 최초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우고 추모제를 올린 행사였다. 하필 그때는 벚꽃이 만개할 때였다. 진해 군항제는, 우리에게 벚꽃 축제로 더 익숙하다.



진해시의 벚꽃 사랑은 각별한 구석이 있다. 전국 도시 중에서 벚나무가 몇 그루나 있는지 해마다 발표하는 곳은 진해시가 유일하다. 진해시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진해시에는 약 35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있다. 다른 도시가 벚나무 현황을 발표하지 않아 전국 제일인지 장담할 순 없지만 아무튼 진해시는 벚꽃만큼은 어디와 겨뤄도 자신 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초순 진해시 경화역 모습. 경화역은 평소엔 기차도 서지 않는 간이역이지만, 군항제 기간엔 가장 유명한 벚꽃 명소로 탈바꿈한다. [진해시청 제공]
진해 군항제는 올해 48회째를 맞는다. 다른 지역의 벚꽃 축제는 엄두도 못 내는 연륜이다. 군항제 개최 시기는, 이 충무공에게는 죄송하지만 전적으로 벚꽃 개화 시기에 달려 있다. 올해 군항제는 다음 달 1~11일 진해시 전역에서 열린다. 지난해에는 개막일이 3월 27일이었으니, 올해가 5일 늦다. 기상청 예보도 얼추 맞아떨어진다. 올해 진해 벚꽃은 지난해보다 사흘 늦은 이달 26일 피기 시작해 다음 달 1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군항제는 가위 국내 최대의 벚꽃 축제지만 불만이 가장 많이 접수되는 축제이기도 하다. 몇 해 전엔 변덕 심한 봄 날씨 탓에 벚꽃이 다 떨어진 다음에 축제가 열려 진해시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관광객의 불만이 몰리는 건 따로 있다. 극심한 교통난이다. 진해시 입장에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게 축제 기간에는 최소 200만 명이 몰려든다. 지난해엔 250만 명 가까이 쏟아져 들어왔다. 인구 16만 명에 불과한 진해시 규모를 생각하면 감당하기 버거운 혼잡이다. 군항제 동안 진해 시내는 물론이고, 진해로 가는 길목의 마산이나 창원도 길이 막혀 애를 먹는다.



이 혼란을 피하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 기차 여행이다. 기차를 타면 진해 시내 복판까지 거침없이 진입할 수 있다. 더욱이 진해 시내의 두 기차역, 즉 경화역과 진해역 사이 약 3㎞ 구간은 진해를 대표하는 벚꽃 군락지다. 벚꽃의 그늘이 드리워진 경화역 풍경은 전국의 사진작가가 탐내는 봄날의 대표 장면이다.



진해 군항제 홈페이지(gunhang.jinhae.go.kr), 진해시청 문화관광과 055-548-2433



#기차로 가면 좋은 봄꽃 명소



전국의 봄꽃 명소 중에서 유난히 기차로 가면 편한 곳이 몇 군데 있다. 꽃 군락지가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거나, 접근 도로가 비좁을 때, 손수 운전해서 가기엔 너무 먼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우선 섬진강 자락이 있다. 샛노란 산수유꽃이 무리 지어 피는 곳도 섬진강가 지리산 자락이고, 매화꽃이 산자락을 뒤덮는 곳도 섬진강 하구 광양 땅이고,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 리 길 벚꽃 터널도 결국 지리산 자락이다.



이 봄꽃 명소는 길 하나로 이어진다. 19번 국도다. 19번 국도를 타고 구례에 진입하면 산동면이고, 이 일대가 국내 최대 규모의 산수유꽃 군락지다. 산동면에서 30분쯤 달리면 화개장터가 나타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쌍계사 길이고, 직진하면 악양면 평사리다. 화개장터에서 평사리까지 이어지는 구간도 손꼽히는 벚꽃 길이다. 평사리에서 10분쯤 내려가면 매화 축제 열리는 광양시 다압면이 강 건너편에 보인다. 광양 땅은 861번 지방도로가 지나간다지만 861번 지방도로와 19번 국도는 섬진강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달리는 형제 길이다.



산수유와 매화는 3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피고, 벚꽃은 산수유와 매화가 지고 나면 핀다. 산수유부터 벚꽃까지 한 달 사이, 다시 말해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왕복 2차선의 19번 국도는 사실상 도로의 기능을 상실한다. 이 한 달 동안 호젓한 섬진강 드라이브는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슬로시티로 선정된 하동시가 19번 국도를 4차선으로 확장하려고 시도한 까닭이다.



지난해 4월 초순 찍은 경주의 봄 풍경. 경주역과 불국사역 사이 구간은 유채꽃과 벚꽃이 철길을 따라 나란히 피어 있다. [코레일관광개발 제공]
다음으로 경주. 의외로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경주는 봄에 가장 예쁘다. 벚꽃이 경주 시내 곳곳을 환히 비추고 유채꽃도 군락을 이루어 노란 기운을 뿜어댄다. 요란스런 봄꽃으로 치장을 마친 경주는, 빛 바랜 낡은 모습이 아니다. 어느 도시 못지않게 활기차고 발랄하다.



경주는,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차량으로 이동하기에 부담스럽다. 서울시청에서 경주시청까지 주행 거리만 4시간35분이다. 가족 단위 주말 나들이가 국내 여행의 대세를 이룬 지금, 5시간은 족히 운전해야 겨우 도착하는 경주는 핸들을 잡아야 하는 아빠 입장에서 일단 피하고 싶은 여행지일 수밖에 없다. 대신 기차를 이용하면 경주 여행은 세 시간이면 족하다.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KTX로 2시간, 동대구역에서 경주역까지 새마을호로 1시간 거리다.



#꽃놀이 특별 열차



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travel.com)이 꽃놀이 열차를 편성했다. 정규 열차가 아니라 꽃 소식을 따라 꽃 피는 곳만 골라서 찾아다니는 특별 열차다. 현지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어 기차를 활용한 패키지 상품이라 부를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출발하는 봄꽃 열차는 산수유가 흐드러진 지리산 자락으로 향한다. 이달 20·21·27일 당일 여정으로 전남 구례에서 열리는 산수유 축제 현장을 체험한다. 4만9000원. 섬진강 매화도 지리산 산수유가 피는 비슷한 시기에 축제를 연다. 꽃놀이 열차가 이달 20·21일 당일 여정으로 광양 매화 축제장과 섬진강 기차마을을 다녀온다. 4만9000원.



진해 군항제 벚꽃 열차는 다음달 1일부터 11일까지 날마다 운행한다. 오전 7시쯤 서울역에서 출발해 당일 오후 10시쯤 서울역으로 돌아온다. 진해에선 군항제 기간에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해군사관학교와 해군작전 사령부 영내의 벚꽃길을 걷고, 벚꽃으로 뒤덮인 진해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제왕산에 오른다. 주중 5만2000원, 주말 5만5000원.



경주 벚꽃 구경은 다음 달 3일 경주에서 열리는 벚꽃 마라톤 대회 일정을 포함한다. 2일 오후 10시 서울을 출발해 이튿날 경주에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거나 시내 관광을 한 뒤 오후 10시30분쯤 서울역에 도착한다. 무박 2일 6만2000원. 강원도 강릉의 경포호수도 벚꽃 구경하기에 좋다. 꽃놀이 열차가 다음 달 9·16일 정동진~바다열차 체험~경포호수~대관령 여정을 무박 2일로 소화한다. 6만9000원. 1544-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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