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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제주 올레-일본 오헨로 두 길이 만나 한 길 되다

오헨로는 절을 향해 난 길이다. 절에 들었을 때 비로소 순례의 한 매듭을 짓는 것이다. 오헨로 84번 사찰 야시마지(屋島寺) 산문을 들어서며.
한국의 길과 일본의 길이 만났다.



한국에 걷기 열풍을 몰고 온 제주 올레가 일본의 1200년 묵은 순례길 ‘오헨로(お遍路)’와 공동 프로모션을 합의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와 일본 시코쿠(四國) 관광추진기구(한국의 관광공사에 해당)는 11일 일본 다카마쓰(高松)에서 두 길의 상호 교류 의사를 확인하고, 조만간 협약을 체결하기로 약속했다. week&이 한·일 두 나라를 대표하는 길이 처음 만나는 현장을 단독 취재했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오른쪽)과 시코쿠 관광기구 요시아키 미조부치 부본부장이 오헨로를 걷고 있다.
역사적인 만남을 지켜본 소회가 당연히 뒤따라야 마땅한데, 어찌 보면 생뚱맞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길에도 생명이 있는 게 아닌가 자꾸 의심이 드는 것이다. 생명이 있으면 인연이 생기고, 인연이 닿으면 벗을 얻고, 벗과 어울리면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고, 그러면 결국 진화를 하는 법인데, 옆에서 지켜본 두 나라의 길이 바로 이와 같은 생명의 길을 걷고 있었다. 다시 말해 올레와 오헨로의 만남은 인력(人力)만으로 성사될 수 없는 극적인 구석이 있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지난해 11월 일본 시코쿠 관광업무를 대행하는 한국의 홍보회사에 e-메일을 보냈다. 당시 홍보회사는 시코쿠 공짜 여행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제주올레는 이벤트에 당첨되면 오헨로를 걷고 싶다는 바람을 적어 보냈다.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제주올레는 이렇게 해서라도 오헨로를 걷고 싶었다. 제주올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에 버금가는 오헨로의 명성을 익히 들은 터였다. 그 사연이 고스란히 시코쿠 관광추진기구에 전달됐고, 시코쿠 관광추진기구가 먼저 두 길의 교류를 검토했다. 마침내 지난달 일본 측은 제주 올레를 경험했고, 이달 9~12일 제주올레가 오헨로를 밟았다.



두 나라의 길을 걷는 사람이 자유로이 오고 가기까지, 앞으로 여러 번 자잘한 절차를 넘겨야겠지만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두 개의 길이 만나는 순간, 길은 서로 알아봤기 때문이다. 서명숙 이사장은 “의미와 성격이 달라도 길이란 이유로 올레와 오헨로는 분명히 같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길이 끝나는 곳에는 오로지 길만이 있다. 길이 길을 만나는 순간, 새 역사가 열린다. 올레와 오헨로의 첫 만남은, 바로 이 때문에 소중하다.



글·사진 다카마쓰=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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