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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선생님의 힘

학생들 성적 저하의 주범이 여권(女權) 신장이다? 적어도 미국에선 ‘그렇다’가 정설이다. 전화교환원·비서 등 이른바 ‘핑크 칼라’ 직종에만 취업 문이 열려 있던 시절, 우수 여성 인재들에게 교사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1940년 대졸 30대 여성 중 절반 이상이 교직에 몸담았을 정도다. 하지만 각계에서 ‘금녀의 벽’이 무너지며 교단의 두뇌 유출이 시작됐다. 날로 얄팍해지는 월급봉투도 한몫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 교사 대부분은 고교 때 성적이 꼴찌 3분의 1 그룹에 속했을 만큼 ‘스펙’이 떨어진다. 미국 학생들의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 성적이 평균 미달인 데엔 다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무리 그래도 교사 자질과 아이들 성적을 직결시킬 수 있을까. 역시 ‘그렇다’는 게 학계 지적이다. 학급 크기, 가정환경 등 그 어떤 요소보다 교사의 능력과 열정이 결정적 변수란 거다. 90년대 중반 아이비리그 졸업생 두 명이 휴스턴과 뉴욕 빈민가에서 첫 삽을 뜬 공립 대안학교 네트워크 KIPP(Knowledge Is Power Program)의 기적이 산 증거다.

뉴욕의 사우스 브롱크스에서 KIPP가 운영 중인 중학교는 학생 절반이 흑인 또는 히스패닉이다. 90%가 무상 급식을 신청할 만큼 가난하다. 그런데 남들 노는 토요일에도 나와 일반 학교 학생보다 50~60% 더 공부하는 덕에 놀라운 성적을 낸다. 졸업생 중 90%가 사립고교 등에 장학금 받고 입학한다. 이후 80%가 대학에 가는데 대부분 가족 중 첫 대학생이 되는 거란다. 헌신적인 선생님들 공이 큰 건 물론이다. 82개까지 늘어난 KIPP 소속 학교의 교사 1000여 명 대다수가 명문대 출신이다. 35%는 석사학위도 있다.

이런 선생님을 늘리고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겠다는 게 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식 개혁이다. 하지만 교원 노조가 걸림돌이다. 문제 교사 비율만 해도 노조는 ‘많아야 2%’란 입장이다. 리 교육감은 “성적 우수 학생이 전체의 8%에 불과한데 교사들은 다들 잘 가르친다고 우기는 게 말이나 되냐”며 분개한다. 한국도 다를 게 없다. 지난해 시범 실시된 교원평가 결과가 최근 공개됐는데 ‘못 가르친다’고 밝힌 교사가 겨우 0.3%로 학생들 평가(12%)와 차이가 컸다. 진입·퇴출 장벽 높은 것만 믿고 반성 않다간 자칫 EBS나 틀어주는 리모컨 신세 될 줄 모르는 걸까.

신예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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