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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기자의 의료현장 (22) 삼성서울병원 안과(당뇨 망막증)

김우영(74)씨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건 12년 전이다. 이후 혈당조절을 하면서 지내다 2008년 7월 내과 주치의가 망막검사를 권해 안과 외래를 찾았다. 검사상 안경을 쓴 상태에서 시력은 오른쪽 0.4, 왼쪽 0.6이었고, 망막은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밀검사(형광 안저촬영 등) 후 안과 의사는 앞으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도 다닐 것을 권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던 김씨는 혈당만 조절하고 지내다 올 2월 26일 망막전문가인 삼성서울병원 안과 강세웅 교수 외래를 찾았다.

진료 결과 김씨는 양쪽 눈 모두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 있었고,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부종도 발견됐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김씨의 시력이 계속해서 나빠질 것이다. 강 교수는 김씨에게 레이저 치료와 주사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혈액·진물이 나오면서 시력 떨어져

삼성서울병원 안과 강세웅 교수가 당뇨 망막증 환자인 김우영씨의 왼쪽 눈에 신생혈관을 응고 시키는 레이저 치료를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3월 10일 11시 30분, 김씨는 강 교수에게서 레이저와 주사 치료를 받기 위해 외래를 찾았다.

“당뇨병은 모세혈관이 막히는 병인데 혈관이 막히면 주변에 새로운 혈관이 여기저기 자라 나옵니다. 이 신생 혈관에서 혈액이나 진물이 나오면 망막 조직이 부어 시력이 떨어집니다. 또 혈관 주변에 흉터 비슷한 섬유 조직도 생기는데 주변 조직을 잡아당겨 망막 박리를 초래하거나 황반을 손상시켜 실명을 초래할 수 있어요. 오늘 왼쪽 눈은 망막 주변부에 자라나온 신생 혈관을 레이저 치료로 없애줄 겁니다. 오른쪽 눈에는 신생혈관이 자라 나오지 못하게 하는 주사를 할 겁니다.”(강 교수)

“수술 후 뭘 주의해야 하나요? 1주일 후에 골프를 칠 건데 가도 될지….”(김씨)

“레이저 치료 후에는 특별히 주의할 점이 없어요. 하지만 주사 놓은 오른쪽 눈은 5일간 물이 들어가선 안 됩니다. 이 기간 중에는 세수 대신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만 주세요. 1주일 뒤엔 골프를 쳐도 됩니다.”(강 교수)

설명을 마친 강 교수는 의료진에게 시술 준비를 지시했다.

왼쪽 눈에 국소 마취제를 점안한 상태로 의자에 앉은 강씨 머리를 전공의가 흰색 끈으로 고정하는 사이 강 교수는 김씨에게 조사할 레이저 파장의 강도와 시간을 조절한다. 치료 용량과 시간을 결정한 강 교수가 레이저 치료용 렌즈를 강씨 눈에 대니 안저도 확대돼 보이고 눈도 고정된다.

“레이저 치료 도중엔 불빛만 번쩍거리고 통증은 거의 없습니다.” 김씨를 안심시킨 강 교수가 기계를 조작하기 시작한다.

“삑 삑 삑….” 불 꺼진 방안 가득 초록색 불빛과 함께 레이저를 조사하는 소리만 계속된다.

“발을 본다는 생각으로 눈의 방향을 아래로 향한 채 그대로 조금만 더 계세요.”(강 교수)

10분쯤 지나자 강 교수가 전공의에게 치료실 불을 켜라고 지시한다. 시술은 끝났다.

마취한 뒤 주사로 약물 주입

오른쪽 눈의 주사 치료는 30분 뒤 옆 방에서 시작됐다.

레이저치료 전(위)과 후로 주변 망막 혈관이 변화된 모습. [최정동 기자]
김씨가 시술대 위에 눕자 전공의가 오른쪽 눈 주위를 소독한 뒤 둥근 구멍이 난 방포를 얼굴에 덮는다. 방포 아래로 보이는 것은 김씨의 오른쪽 눈뿐이다. 여기에 간호사가 점안 마취제를 몇 번에 걸쳐 넣는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주사를 놓는 건가요?”(기자)

“망막의 모세 혈관이 막히면 VGF라는 물질이 나와 신생 혈관을 만듭니다. 주사약은 이 VGF라는 물질의 항체에요.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VGF가 제 기능을 못하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신생 혈관은 자라면서 혈액과 진물이 나와 부종을 초래해요. 부종은 망막 조직을 2~3배 두껍게 만들어 시력을 많이 떨어지게 합니다.”

“어디에 주사하나요?”(기자)

“안구 속의 젤리 같은 초자체에 주사합니다.” 말을 마친 강 교수가 김씨의 오른쪽 눈 위쪽 흰자위(결막)에 주사한다.

순식간에 약물이 주입됐고 바늘을 빼자 미세한 출혈이 보인다. 강 교수는 즉시 소독된 면봉으로 지그시 눌러 지혈을 시킨다. 시술은 끝났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당뇨 망막증은
망막에 신생혈관·섬유조직 생겨 … 방치하면 실명 위험


국내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하는 당뇨병성 망막 질환. 망막은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하는 물체를 식별하는 신경이다. 당뇨병으로 망막 혈관에 순환장애가 발생하면서 발병한다.

병 초기엔 망막 혈관이 막히면서 출혈이 생기고 혈액 순환도 안 돼 신경막이 부어 오르는 ‘비증식 당뇨망막 질환’이 문제가 된다. 치료는 이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만일 이 단계를 방치하면 망막에 새로운 혈관이 자라(신생 혈관) 터지면서 출혈이 발생한다. 출혈은 시간이 지나면 흡수되지만 반복되는 게 문제다. 특히 신생 혈관 주변에 섬유성 조직이 자라면 수축하면서 망막이 구겨져 망막박리와 재출혈이 초래되고, 실명으로 이어진다. 당뇨병성 망막 질환은 발병 기간이 길수록 급증한다. 따라서 성인 당뇨병 환자는 ‘진단받는 순간부터’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 조기 발견·조기 치료를 해야 한다.

망막은 동공이 커지는 산동제를 점안한 뒤 검사를 받게 된다. 때론 혈관에 형광물질을 주사해 안저 혈관의 영상을 관찰하는 형광안저 혈관 조영도 필요하다. 또 황반(망막의 중심 부위, 색과 사물을 구별) 부종이 동반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단층촬영(CT)도 받아야 한다.

치료는 망막 혈관에 빈혈이 생겼을 때 그 주변 망막 부위를 레이저로 지지는 ‘범망막 광응고술’이 가장 많이 시행된다.

당뇨병성 망막 질환은 망막 전체가 손상될 수 있어 레이저 치료나 수술을 받아도 이전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망막이 많이 손상됐거나 시신경에 빈혈이 온 탓이다. 물론 방치하면 시력 저하가 급격히 진행돼 실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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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