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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때 신은 운동화, 사라진 이양 귀고리 ‘범죄의 재구성’ 풀어낼 마지막 퍼즐

김길태가 일부 혐의에 대해 자백을 시작했지만 경찰에겐 아직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우선 경찰은 김이 여중생 이모(13)양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해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김은 이양의 시신을 유기한 과정만 진술했을 뿐 납치·성폭행과 살해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김의 진술은 술 마시고 빈집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숨진 이양이 옆에 누워 있었다는 것이다. 1987년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수사관이 탁자를 ‘턱’ 치니 ‘억’ 하며 박군이 죽었다”는 해명이 연상되는 허술한 자백이다.

김이 경찰에서 진술한 시신 유기 시점은 24일 밤 또는 25일 새벽이다.

경찰이 이양의 집에 침입해 범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은 24일 오후 7시10분부터 오후 9시 사이. 이양이 어머니와 통화한 시각부터 오빠가 귀가한 시간대다. 김이 사람들의 통행이 비교적 많은 저녁시간대 이양을 범행 장소인 인근 빈집으로 끌고 갔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김의 기존 범행시간대와 비교할 때 이례적이다. 김은 같은 동네에서 지난 1월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성폭행한 뒤 여러 곳을 끌고 다녀 수배를 받아 왔다. 모두 남의 눈을 피하기 쉬운 오전 4~5시대에 이뤄졌다.

김이 술을 마셨는지도 불확실하다. “만취 상태여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범죄자가 혐의를 부인하거나 형을 감하려고 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이다.

만약 김의 진술대로 술을 마셨다면 저녁시간대 이양을 납치해 성폭행·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기엔 너무 빠듯한 시간이다.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가 14일 검거 5일 만에 일부 범행을 자백했다. 숨진 이양의 다세대주택(1번)과 지난 3일 김이 경찰의 수색을 받고 도주한 빈집(5번)은 불과 20여m 떨어져 있다. 김이 숨진 이양을 발견했다고 진술한 일명 무당집(2번)과 이양의 시신을 옮긴 파란 대문집 폐가(3번), 숨진 이양이 발견된 물탱크가 있던 집(4번)은 연이어 맞닿아 있다. 이번 여중생 살해사건은 불과 50여m 반경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주민들은 전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오른쪽 사진은 김이 숨진 이양을 발견했다고 밝힌 빈 무당집.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연합뉴스]
◆물증부터 찾아야=우선 경찰은 김의 납치 및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그가 범행 당시 신었던 운동화를 찾아야 한다. 김은 이양을 납치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자신이 은신하던 주택 옥탑방에서 운동화를 갈아 신었다. 따라서 운동화를 찾지 못하면 김의 이양 집 침입과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워진다. 경찰은 이미 시신 유기 현장과 이양 집 방에서 운동화 발자국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이양의 귀고리와 속옷도 김의 살인 및 성폭행 혐의 입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경찰은 현재 이양의 시신에서 귀고리 한 개만을 확보한 상태다.

◆핵심 자백 받을 수 있을까=경찰이 김으로부터 성폭행과 살인 등 핵심 범죄 사실에 대한 자백을 받아 내는 것은 수사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 김의 이날 자백도 시신을 유기한 혐의에만 국한돼 있다. 경찰은 김의 태도 변화가 향후 수사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양을 죽였다는 자백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체를 발견한 이후 이양을 끈으로 묶고 물탱크에 버리는 과정에 신빙성이 있다”며 “살인을 시인한 자백과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구체적인 물증 없이 부분적으로 받은 자백이 향후 수사에 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이 진술을 바꿀 경우에는 사망 시점이나 살해 과정 등에 대한 경찰의 논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 간부는 “범인이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나 수사 초기의 자백과 상반되는 진술을 해 버리면 수사가 꼬일 수 있다”며 “일부 자백 내용을 너무 서둘러 공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박성우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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