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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침략 반성하는 ‘일본의 슈피겔’은 없나

“아우슈비츠(유대인 강제수용소)의 외부 수용소에서 (내 몸에) A5592라는 번호가 문신으로 새겨졌다. 독일군은 포로의 노동력을 최대한 착취했다. 더 이상 노동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가스실로 보내졌다. 나의 아버지도 같았다.“(아르노 루스티거)

“시체가 쌓여 있었던 장소, 지독한 악취, 타는 냄새가 아직도 기억 난다.”(아그네스 사순·여)

서울 서소문의 한국국제교류기금 문화센터 내 전시실에 들어가면 유대인 남녀 23명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 옆에는 나치의 만행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글귀들이 적혀 있다. 독일의 대표적 시사잡지 슈피겔이 주한 독일문화원·중앙일보와 함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자들과의 대화’란 주제로 5일부터 25일까지 열고 있는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는 사진과 글귀들이다.

홀로코스트의 만행을 고발한 유대계 헝가리인 작가 임레 케르테스의 모습. [독일문화원 제공]
홀로코스트는 나치 독일이 1940년대 자행했던 약 600만 명의 유대인 대학살을 말한다. 전시회에 출품된 사진들은 슈피겔의 편집위원과 사진작가가 25년 전부터 미국·유럽에 있는 나치 시대 생존자들을 찾아가 직접 경험을 들은 뒤 비정기적으로 보도한 기사에 실린 것이다.

슈피겔이 이런 기획을 한 이유는 ‘잘못된 역사를 잊지 말고 후손에게 전해 주자’는 취지에서다. 인터뷰를 담당했던 마르틴 되리는 이번 행사 안내문에서 “지금 가능한 때에 그 시대를 살아 경험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전해 들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독일 정부의 철저한 나치 역사 반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랬기에 피해자였던 이스라엘이나 주변 국가들과 화해하고 유럽의 지도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독일 잡지인 슈피겔이 이같이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들여 자국의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고, 세계에 알리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독일의 철저한 과거사 반성이 정부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한·일 합병 100주년이다. 홀로코스트는 아니지만 우리의 말과 이름을 빼앗고 민족을 없애려 했던 일제였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침략 역사에 대해 “반성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는 많다. 일본 정부도 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일본 사회의 무관심이다. 특히 젊은 층의 무관심에 대해선 양식 있는 일본 지식인들도 걱정할 정도다. 슈피겔과 같은 노력이 한층 아쉬운 이유다.

오대영 선임기자 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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