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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상원‘귀족의원’ 없앤다


영국 정부가 종신 상원의원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현지 일요신문인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14일 보도했다. 영국 상원은 세습 귀족과 종신 귀족, 성직자로 구성돼 있다. 한 번 상원의원이 되면 숨질 때까지 지위를 갖는다. 현재 704개 의석 중 자신이 작위를 받아 귀족이 된 종신 귀족이 587개, 작위를 상속받은 세습 귀족이 92개를 차지하고 있다. 성직자는 25명이다.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잭 스트로 영국 법무장관은 상원 개혁안을 이미 짜놓았으며, 영국 총선 전에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영국 총선은 5월 6일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혁안에는 상원을 300석으로 줄이고 모든 의원을 보통선거로 뽑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는 결원이 생기면 정당 또는 상원이 후임자를 지명한다. 이 개혁이 실현되면 ‘귀족 상원’의 700년 전통이 깨지는 것이다.

개혁안에는 상원의원의 임기를 15년으로 정하고 5년마다 3분의 1을 선거로 다시 뽑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임기가 6년이고 2년마다 3분의 1을 새로 뽑는 미국의 상원과 비슷한 형태다. 스트로 장관은 ‘귀족원(House of Lords)’이라는 현재의 상원 이름도 없애자고 제의할 계획이다. 텔레그래프는 ‘원로원(Senate)’이 새 이름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혁안에는 선출직인 하원의원이 받는 연간 약 6만4000파운드(약 1억800만원)의 세비보다 다소 적은 금액을 상원의원에게 제공하는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언론은 노동당 정부의 상원 개혁 추진이 총선 전략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영국에서는 최근 일부 상원의원이 수당을 부당하게 청구하거나 해외 거주자 신분을 유지하며 세금을 회피해 상원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노동당이 개혁안을 발표하면 상원의 전통을 옹호해온 보수당이 찬성과 반대로 내부 의견이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귀족과 성직자로 구성된 영국 상원은 1295년 설립됐다. 17세기 청교도혁명을 이끈 올리버 크롬웰이 공화정을 선포해 잠시 폐지된 적도 있었지만 20세기 초까지 수백 년 동안 예산 결정과 법률 제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다 1911년과 49년에 의회법이 개정돼 실질적 권한을 대부분 하원에 빼앗겼다. 현재는 주로 주요 법안에 대한 토의와 국가 중대사에 대한 위원회 구성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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