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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야후(yahoo)

인간 앞에 ‘짐승만도 못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것을 일찌감치 내다본 사람은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였다. 그가 1726년 발표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 걸리버는 소인국과 거인국, 천공의 섬 라퓨타 등을 거쳐 말들의 나라 휴이넘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걸리버는 야수처럼 추악하게 생긴 야후들을 목격한다. 말들의 다스림을 받는 이들은 외모만 추한 게 아니라 하는 짓도 비열하고 잔인했다. 툭하면 서로 싸우고 죽였다. 오죽하면 이 나라에서 ‘야후 같은’이라는 단어가 쓰였을까. “그들(휴이넘)은 하인의 어리석음, 자식의 게으름, 다리를 다치게 한 돌, 나쁜 날씨를 표현할 때 ‘야후 같은’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야후는 인간의 악한 본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모습에 대한 풍자다. 도덕과 양심, 이성을 포기하고 짐승이 되길 선택한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들은 그런 점에서 ‘현대판 야후’라 불릴 만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세기의 범죄’라고 이름 붙인 윌리엄 하이렌스도 그중 하나다. 그는 1946년 미국 시카고에서 세 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마지막 범행은 여섯 살 소녀를 유괴해 목 졸라 죽인 후 시체를 토막내 하수구에 버린 엽기 행각이었다. 당시 그는 열일곱 소년이었다. 언론은 그를 ‘립스틱 킬러’라 불렀다. 그가 두 번째 범행 현장 벽에 피해자의 립스틱으로 휘갈겨 쓴 메모 때문이었다. “더 죽이기 전에 제발 날 말려줘. 난 통제불능이야.”

한 인간이 통제불능의 야수로 변하는 요인은 뭘까. 범죄심리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상처와 충격, 이로 인한 자기모멸감과 무력감 등이 커지면서 범죄에 대한 환상을 키우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야수는 홀로 크지 않는다. “결함이 있는 가정과 사회는 범죄를 키우는 온실 같은 환경을 만들어내 결국 무시무시한 비극을 불러온다.”(로버트 K 레슬러,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최근 여중생 납치살인범 김길태가 잡혔다. 다들 그를 ‘짐승’ ‘괴물’이라 욕한다.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 사형집행 재개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논의의 순서가 바뀐 느낌이다. 이보다는 가정과 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성범죄자에 대한 교화·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전자발찌 고리를 강철로 바꾸는 일보다 전자발찌를 찰 미래의 ‘야후’ 숫자를 줄이는 근본적 대책이 더 급한 일일 거라 믿는다.

 기선민 문화스포츠 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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