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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5년 전 각설탕 주며 '잘 보관하면 값 오를 것'

‘가장 달콤한 열풍(Sweet Mania)이 불고 있다!’ 올 1월 미국 월가의 상품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유행한 말이다. 1월 29일 국제 설탕(원당) 가격이 1981년 이후 29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1파운드에 28.6센트였다. 월가에서는 ‘달콤한 열풍’이란 말까지 새로 만들어졌다. 스위트는 설탕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에서 매니어는 버블을 뜻한다. 중국·중동·인도 지역에서 설탕 사재기 바람이 불기도 했다.한 달 열흘 정도 흐른 뒤인 이달 10일. 로이터 통신은 인도 제당회사들이 설탕 수입계약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설탕 가격이 최고치에서 30% 곤두박질했기 때문이다. 인도 뭄바이설탕협회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바람에 설탕을 물에 녹여 없애버리는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월가 트레이더들도 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브라질과 인도의 사탕수수 작황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포지션(자산 보유상태)을 조율하기 바쁘다.

배후에는 인도·중국이 있다
40여 일 만에 국제 설탕값은 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투매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는 듯하다. 기준은 최고치 대비 30% 하락이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증권이나 상품 가격이 정점에서 30% 하락하면 자유낙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 매수세력이 기대를 접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현재 국제 설탕 가격은 정점에서 31% 정도 떨어졌다. 그 문턱을 넘어서기 시작한 셈이다.

짐 로저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설탕 가격이 비상했다가 곤두박질했을까?
인도 강우량이 화근이었다. 지난해 6~8월 이상기후 때문에 인도에 비가 적게 내렸다. 강우량이 50년 평균치보다 무려 52%나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도 사탕수수 농장은 천수답이다. 관개시설이 형편없다. 생산량 감소는 불을 보듯 뻔했다. 국제 설탕값은 지난해 5~6월부터 들썩거리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가세했다. 그들은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해도 상승과 하락 폭을 비정상적으로 확대해놓기 일쑤다. 이른바 변동성 증폭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설탕값이 껑충 뛰었다. 인도 사탕수수 수확이 10월에 시작되는데, 생산량 감소를 예상하고 대거 베팅했다.

여기에다 ‘중국 핑계’까지 더해졌다. 인구 대국인 중국이 경제발전으로 설탕을 더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의 사탕수수가 대거 대체연료인 에탄올 생산에 쓰이고 있는 점도 설탕값을 부채질했다.
가격 급등에는 자기파괴 과정이 뒤따르곤 한다. 급등한 가격 자체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설탕값이 급등하자 콜라와 사이다, 과자 등을 만드는 회사들이 설탕 사용을 줄였다. 대신 인공 감미료 사용을 늘렸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생산 증가도 가격하락을 부채질했다. 남반구인 브라질의 사탕수수는 3월 말부터 수확되기 시작한다. 최근 조사 결과 브라질 생산량이 애초 분석보다 많은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말이 되면 공급이 수요보다 100만t 정도 많을 전망이다. 국제 설탕값이 급등한 올 1월에는 700만~900만t 정도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역사상 세 번째 열풍
국제 설탕값은 앞서 두 차례 가파르게 치솟았다.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직후인 1974년 국제 설탕값은 1파운드에 66.5센트에 이르렀다. 8년 전인 66년 1.4센트였다. 무려 45배나 뛰었다. 2차 오일쇼크 직후인 81년 설탕값은 다시 한번 비상했다. 78년 7.81센트에서 40센트 선까지 다섯 배 정도 뛰었다.두 차례 모두 공급부족이 원인이었다. 여기에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재미를 본 헤지펀드 등이 상품에 대한 미련을 털어내기라도 하듯이 설탕에 베팅했다. 공급부족과 견줘 지나치게 가격이 뛰는 현상이 발생했다. 앞서 말한 변동성 증폭 과정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잘 활용한 사람이 바로 헤지펀드 고수인 짐 로저스다. 그는 국제 원유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름세를 탄 2005년 설탕에 주목했다. 그해 4월 그는 일본 도쿄에서 한 경제신문과 인터뷰했다. 그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각설탕을 기자에게 주면서 “잘 보관하면 값이 올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로저스는 “인터뷰 자리에 있던 아무도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국제 설탕은 81년 2차 버블이 붕괴해 85년 1파운드에 2.5센트까지 곤두박질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설탕 가격은 침체였다.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이 뉴욕상품거래소의 설탕거래 회원권을 처분할 정도로 파장 분위기였다. 현명한 투자자(스마트 머니)인 로저스 같은 인물들이나 2005년 이후 유가 상승 너머까지 내다보고 설탕에 베팅하고 나섰다. 그들의 기대대로 설탕 가격은 2005년 여름 10센트 벽을 넘어서 오르기 시작했다. 5년 가까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다 지난해 말과 올 1월 사이에 비상했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기쁨을 한 차례 만끽한 셈이다.

일시조정 vs 자유낙하
가격이 기로에 서면 논란이 비등해진다. 월가 전문가들은 설탕값의 미래를 놓고 설전을 주고받고 있다. 설탕값 자유낙하를 예상하는 쪽은 올해 글로벌 공급량이 많이 개선된 점을 주목했다. 그들은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물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설탕값이 고점에서 30% 떨어진 수준인 19센트 가까이 이르자 팔자 주문이 급증했다는 것이다.그들은 지금 시장 분위기가 ‘현실부정’ 단계라고 진단했다. 급등하던 자산가격이 추락하기 시작하면 초기에 ‘일시적인 조정’ 등이라는 진단이 힘을 얻는다.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일부 시장 참여자들이 사들인다. 실제로 가격이 반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다. 먼저 사들였던 쪽이 팔아치우고 탈출하는 바람에 잠깐 반등했던 가격은 다시 급락한다는 것이다. 설탕값 추락을 예상하는 쪽은 10~15센트 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설탕값 강세를 점치는 쪽은 설탕 공급불안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는 설탕 재고다. 미국의 설탕 재고가 최근 10년 사이에 100만~150만t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2월 중순 현재 20만t밖에 되지 않는다. 브라질과 인도 등 생산국에서 공급불안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설탕값이 급등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를 근거로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는 올 5~6월 설탕값이 27센트 선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설탕값 강세를 예상하는 쪽이 내세우는 또 다른 근거는 미 달러가치 변동이다. 그리스 등의 부채위기가 글로벌 시장의 리스크 기피현상을 일으켰다. 안전한 자산을 좇아 미 재무부 채권 등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그린백(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해 헤지 차원에서 원유와 설탕 등에 투자된 자금이 미 국채 시장으로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얘기다.

그들은 국제 원유가격의 흐름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유값은 2008년 하반기 급락했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패닉과 침체 우려가 증폭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패닉이 진정되면서 원유값이 다시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요즘 1배럴에 8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유 가격 움직임에서 보듯 중국의 거대 수요가 있는 한 설탕 가격이 과거 거품 붕괴 직후처럼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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