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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DLS 수백억원어치 팔렸지만 시기 안 좋아

국제 설탕(원당) 가격이 급등했을 때 국내 금융회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변변한 상품거래소가 없는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설탕 투자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설탕 파생결합증권(DLS)을 내놓았다. 이는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한 물건이다. 연계 대상이 주가가 아니라 상품 가격이나 이자율, 환율 등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설탕DLS의 구조는 비슷하다. 대부분은 1년 만기 상품이다. 국제 설탕값의 오르내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만기 때 설탕값이 기준 가격보다 40~50%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연 30~42.5% 정도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자산의 90% 이상이 채권에 투자됐기 때문에 설탕값이 기준 가격보다 떨어진다고 해도 투자자가 손해를 볼 확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시점이 별로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설탕DLS를 대거 내놓은 건 지난달이다. 삼성증권·동부증권·미래에셋·신한금융투자 등이 설탕DLS 바람을 주도했다. 설탕값이 1월 말보다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스 사태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기도 했다. 주가흐름이 불안해지면서 적잖은 돈이 몰렸다.

삼성증권이 판매한 설탕DLS에는 100억원 이상 투자됐다. 동부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는 각각 60억원과 50억원대 자금이 몰렸다. 대부분 설탕DLS가 사모펀드이고 일반투자자들에게 생소한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돈이다.

고점을 찍은 설탕값이 내리막길을 타면서 설탕DLS도 뒷북 논란에 휘말렸다. 상품을 줄줄이 내놓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기초자산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기초자산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상품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에 관련 상품이 쏟아질 때가 고점이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금융회사들이 기초자산 가격 상승을 좇아 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식으로 상품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설탕DLS를 내놓은 금융회사들은 설탕값이 떨어져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채권 자산 덕분에 만기에 원금을 거의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과 설탕값이 나란히 추락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기회비용이 문제다. 설탕값이 하락해도 투자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은 낮지만 돈이 묶이기 때문에 기회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주식 등 다른 자산 값이 뛰면 앉아서 구경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예상대로 설탕값이 급등하더라도 그 과실을 모두 챙길 수도 없다. 설탕DLS 구조상 투자자는 설탕값 상승률의 일부만을 누릴 수 있다. 만기가 대부분 1년이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고수인 짐 로저스 같은 현명한 투자자들처럼 설탕에 장기 투자할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뒤늦게 뛰어들기보다는 여러 농산물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투자하는 펀드가 장기적으로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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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