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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짜증을 심하게 부린다면 단것 많이 먹지 않았나 의심을

“설탕이 몸에 안 좋으냐?” 새삼스럽다. 몸에 안 좋은 것이 번연히 알려진 술과 담배, 각종 식품첨가물이 버젓이 팔리는 세상이다. 이런 질문은 순진하게까지 들린다.
그래도 말하자면 어쨌든 설탕을 많이 먹는 건 안 좋다. 다양한 만성병의 원인이 된다. 노화를 촉진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먼저 설탕은 당뇨병의 씨앗이 된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소장에서 곧장 흡수돼 혈당이 급속히 오른다. 급히 오른 혈당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인슐린이 과량 동원된다. 그러면 혈당이 다시 급하게 너무 낮게 떨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혈당의 롤러코스터 현상). 이것이 반복되면 ‘저혈당증’이 된다.

또 단 음식으로 분비가 촉진된 인슐린은 남는 혈당을 지방 세포로 변환시킨다. 고지혈증과 비만을 유발한다. 설상가상이다. 원래부터 단 음식은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미세영양소는 모자라는 대신 칼로리는 높아 비만의 주범이었다. 게다가 설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몸은 칼슘 같은 미네랄을 대가로 지불한다. 칼슘이 부족하면 근육통ㆍ생리통ㆍ불면증ㆍ신경과민ㆍ고혈압 등이 생긴다. 설탕을 끊고 나서 이런 증상이 사라졌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설탕은 면역 기능도 떨어트린다. 림프구 변환을 줄여 백혈구의 능력을 떨어트린다. 면역계의 힘을 줄인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감염 확률이 높아지고 심지어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설탕 소비량과 유방암 발생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도 있다).
그런데 설탕에 대한 인체 반응이 사람마다 같은 것은 아니다. 설탕을 많이 먹어도 괜찮은 사람도 있고, 조금만 먹어도 안 좋은 사람도 있다. 조금만 먹어도 쉽게 나빠지는 사람을 ‘설탕에 민감하다’고 한다. 체구가 큰 어른도 문제지만 대체로 아이들이 설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들이 다섯 살 무렵의 일이다. 시어머니 생신날이었다. 시골에 사시는 시어머니는 오랜만에 보는 손자를 위해 과자ㆍ초콜릿을 잔뜩 마련해 두셨다. 친척들이 사 온 아이스크림도 집에 쌓여 있었다. 틈틈이 이런 단것들을 많이 먹은 아들은 밤이 되자 술에 만취한 어른처럼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돌진하며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친척들이 잠을 이룰 수 없는 지경까지 돼 새벽 한 시에 밤길을 더듬어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마음은 깜깜한 시골길처럼 암울했다. 왜 아들이 이런 행동을 할까. 맞벌이로 살면서 애를 잘못 키운 결과가 드디어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자괴감에 휩싸였다. 그런데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해 보니 아들 성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단것을 많이 먹어 나타난 체내 생화학적 변화에 아들이 반응한 것이다. 아들은 설탕에 취한 것뿐이었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운 것은 물론이고, 행동과 성격까지 바뀔 수 있다.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리가 맑지 못하고, 우울증ㆍ피로ㆍ신경과민ㆍ짜증 등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성격이 갑자기 바뀔 수 있다. 심지어 설탕이 범죄 행동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본성은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짜증을 심하게 내며 종잡을 수 없이 성질을 부리곤 한다면? 너무 정신없이 굴어서 주의력결핍장애(ADD)가 의심될 지경이라면? 감기에 쉽게 걸리고 잘 낫지도 않는다면? 엄마가 잘못 키운 탓이라고 자책하거나 애가 원래 성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설탕에 의심의 눈초리를 돌려보자. 설탕 섭취를 줄여주면 훨씬 증세가 완화되고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에 설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음료수ㆍ케이크ㆍ아이스크림ㆍ사탕ㆍ통조림ㆍ빵ㆍ요구르트 등 대부분 가공식품에 모두 설탕이 들어 있다. 가공식품 성분 표시에 설탕이 없는 것도 많다고? 혹시 액상과당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저렴해 많이 쓰이는데 몸에 미치는 영향은 더 나쁘다. 설탕을 대체한다는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이런 글을 읽으면 꼭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아무리 먹어도 괜찮던데 괜히 요란이다”라고. 건강한 사람은 설탕을 많이 먹어도 곧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이런 사람들은 술ㆍ담배를 많이 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런데 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은 나쁜 음식을 먹으면 몸이 반응한다. 그래서 음식을 가려 먹으려고 하면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유난 떤다”는 비난을 듣기 십상이다. 모두의 건강을 위해선 설탕을 덜 먹으려는 이들을 배려하는 분위기도 빨리 정착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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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