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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함경ㆍ자강ㆍ양강도에 퍼지는 ‘해방구 바이러스’

“눈치를 보느라 휴대전화 통화가 뜸해졌다.” 중국 단둥의 한인 사업가는 요즘 핫 이슈인 중국 휴대전화를 통한 북한 주민의 외부 통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럴 만한 상황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3일 “중국 옌지시 공안부서에 파견된 북한 방탐(방첩)요원이 지난 2월부터 10여 명으로 늘어나 휴대전화 감시 등의 활동을 한다”고 전했다. 종전엔 6명이었다.

중앙SUNDAY가 3월 7일자에 서울~북한 간 전화통화 현장을 생생히 보도한 직후 한 탈북자는 “기사 때문에 난리가 났다. 북한의 단속이 심해졌다고 중국 브로커가 급히 전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면은 좀 다르다. 단둥의 그 한인 사업가는 “그래도 통화할 사람은 다 한다. 먹고 살려면 해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탈북자들도 일주일 전과 달리 “하는 사람은 다 한다”고 했다.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좋은 벗들’ 최근 호(9일자)도 감시를 비웃듯 ‘신의주에서 2월까지 300여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늘 그렇듯 윗선에서 온갖 난리를 쳐도 밑에선 안 먹히는 것이다.

중국 휴대전화가 북한 북부에 ‘지하 해방구’를 만들어 그곳으로 남한 돈이 들어가고, 이를 좇아 북한 주민이 이동하고, 북한의 내부 사정이 까발려지듯 공개되는 흐름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나뭇잎이 햇빛을 찾고 뿌리가 물을 향해 뻗어가는 생존 본능처럼 말이다. ‘북한 내부에 뿌리 뻗는 남한’, 이는 북한 체제가 영양실조 단계를 지나 연명치료의 단계로 들어갔다는 신호다.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권 당시 ‘북한 붕괴론’이 팽배했다. 그러나 북한은 살아남았다. 당시와 비교할 때 요즘 나도는 붕괴론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그때 북한 주민들은 굶어 죽지 않으려 탈출하기에 바빴다. 북한 지도부는 ‘변절자는 가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요즘 탈북자들은 떠나온 곳으로 돈을 보내고 휴대전화로 ‘김정일 썩어지라(죽으라)’고 대놓고 말한다. 북에 남은 주민들을 흔드는 효과를 낳는다. 그 결과 ‘황폐했지만 사상적으로 깨끗했던’ 함경도·자강도·양강도에도 체제 붕괴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바이러스는 주민들의 몸과 마음에 묻어 다른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게 10여 년 전과 분명한 차이다.

바이러스는 계속 확산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급작스러운 붕괴는 남측에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거시적인 북한체제 관리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김정일 체제의 최대 버팀목인 300만 명의 노동당원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탈북자들의 돈과 휴대전화로 배양되는 바이러스가 노동당원과 이른바 핵심 계층이 몰려 사는 평양에까지 퍼지도록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정부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탈북자 사회에선 우리 정부의 소심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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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