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아트펀드에 맡기기보다 보는 눈 키워 그림 직접 사라”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은 미술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군 제대 후 29살에 시작한 작은 화랑을 20여 년 만에 국내 최고 갤러리로 키워냈다. 1998년 국내 첫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을 설립했다. 2005년 10월 이중섭 작품 위작 사건 여파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올 1월 대표로 복귀했다. 신사업을 맡아 서울옥션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사진은 이 회장이 다음 달 17일 열리는 ‘디자인 경매’ 프리뷰 전시장에 앉아 있는 모습. 정면에 보이는 그림은 세계적인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인 요시토모 나라의 ‘오리사냥(Ducking)’이다. 사진=신인섭 기자
‘왕의 귀환’. 이호재(56) 가나아트센터 회장이 돌아왔다. 일반인들에겐 낯설지만 미술계에선 얼굴이 명함인 사람이다. 29세에 화랑을 차려 20여 년 만에 미술 제국을 일궈냈다. 그는 서울옥션의 최대주주(36.1%, 특수관계자 지분 포함)이긴 했지만 얼마 전만 해도 대표는 아니었다. 그런데 올 1월 22일, 일선에서 물러났던 그가 다시 대표로 취임했다.

서울옥션은 2008년 7월 문화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상장 후 한 번도 공모가(1만1000원)를 넘어선 적이 없다. 3000원 선에서 지지부진한 주가는 서울옥션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반영한다. 보다 못 한 이 회장이 직접 나섰다. 활로는 디자인 경매 등 신사업이다. 자연스레 1997년 애플의 구원투수로 스티브 잡스가 영입된 사례가 떠오른다. 잡스는 아이맥·아이팟·아이폰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애플 신화’를 새로 썼다. 복귀 즈음 10달러 선에 머물던 주가는 지금 200달러를 넘어섰다.

이 회장이 잡스처럼 ‘서울옥션 신화’를 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투자자들을 비롯해 미술계 전체는 일단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10일 오후 그를 만나 서울옥션의 운영 전략과 미술품 투자 요령에 대해서 들어봤다.

미술시장에 ‘연봉 1억’ 직장인 끌어와야
-현재 주가(12일 종가 3540원)가 공모가의 3분의 1토막이다. 왜 그런가.
“지금은 주가가 너무 싸다. 회사 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많다(12일 현재 시총 584억원, 자산은 총 630억원이다. 부채는 52억원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미술시장의 불황 탓이다. 2007년 국내 경매 낙찰 총액은 2000억원에 육박했지만 지난해에는 700억원을 겨우 넘겼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술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소더비(글로벌 경매회사) 주가는 2008년 11월 6달러 선까지 추락했다가 지금은 30달러를 넘어섰다. 미술시장이 살아나리라는 기대감에서다. 반면 서울옥션 주가는 그대로다. 국내에서 미술시장에 대한 홍보가 덜 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미술시장을 ‘그들만의’ 세상으로 여긴다. 서울옥션을 통해 그림을 한 번이라도 사 본 사람이 1600명밖에 안 된다. 연봉이 1억원 넘는 사람이 국내에 19만5000명이다. 이들을 미술시장으로 끌어오는 게 내 과제다.”

-구상하는 신사업은 무엇인가.
“경매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다. 순수미술 이외 나머지는 새로 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디자인·사진이 그렇다. 전국에 순수미술·조형 관련 학과 학생은 2만 명인데, 사진·디자인·건축 관련 학과생은 11만 명을 웃돈다. 또 전시를 열면 그림보다는 사진이, 사진보다는 디자인이 인기다. 그만큼 디자인·사진 등의 저변이 넓다는 얘기인데 그간 경매가 이런 영역을 포괄하지 못했다. 내가 그걸 하겠다(서울옥션의 디자인 경매는 다음 달 17일 열린다).”

돈만 있다고 미술품 투자 못 해
지난해 서울옥션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매출액은 140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줄었고, 4억32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미술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의 낙찰률이 90%를 웃돌았다. 소더비 경매에서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이 6500만 파운드(약 1200억원)에 팔렸다. 예술 작품 경매 사상 최고가다. 미술시장의 경기를 보여주는 ‘메이 모제스(Mei-Moses)’ 지수는 2009년 4분기에 전 분기에 비해 13.1% 올랐다.

-올해 미술 시장을 전망은.
“좋아질 것이다. 금융위기 때 급락한 작품 가격이 거의 회복됐다. 버블이 심했던 중국 블루칩 작가들 작품도 한때 4분의 1토막까지 났다가 최근엔 70% 선까지 올라왔다.”

-미술품을 주식·부동산과는 다른 대체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금융위기에 먼저 급락했다.
“미술품 가격도 경기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런데 미술품을 투자 수단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무형의 가치가 있다. 이걸 인정해 줘야 한다. 미술품은 돈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애정을 가져야 투자할 수 있다.”

-좋은 그림 고르는 요령은.
“왕도는 없다. 많이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추상적이다. 좋은 작가를 추천해 달라.
“말하기 어렵다. 이렇게만 해 두자. 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들 작품이 300만~400만원 수준이다. 공신력 있는 갤러리에서 첫 번째나 두 번째 전시회를 연 작가 작품은 마음에 들면 사도 괜찮다. 갤러리 입장에서 보면 첫 번째, 두 번째 전시회는 일종의 서비스다. 자기네 작가 이름을 알리기 위해 손해를 보고서라도 작품을 싸게 내놓는다. 주의할 것은 미술품은 싼 것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제대로 된 것 하나를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미술품 투자 방법은 여러 가지다. 미술품직접 구매, 아트펀드 가입, 서울옥션 주식 매수 등. 이 중 무엇을 추천하겠나.
“서울옥션 주식을 사라고 싶지만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웃음). 분명한 건 미술 시장의 미래는 밝다는 점이다. 해외를 봐도 그렇다. 아직 성장 잠재력이 크다. 우리 회사 2대주주(18.1%)인 ‘아이원파트너쉽투자조합’의 권성문 회장도 미술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고 우리 회사에 투자했다고 하더라. 서울옥션의 경매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미술시장이 살아나면 우리 주가도 좋아질 거다. 국내 출시된 아트펀드는 진정한 아트펀드라고 하기가 어려워 추천이 망설여진다. 뭐니 해도 미술품 투자는 그림을 직접 사는 것 아니겠나. 그중에서도 초보자라면 갤러리에서 그림을 사는 게 정석이다.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비교해보고 살 수 있어서다. 경매는 그게 안 된다. 안목이 충분히 생긴 다음에는 경매도 좋은 투자 수단이다.”

위작 논란은 역사가 해결
그의 방에는 과연 어떤 그림이 걸려 있을까.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 창 밖으로 보이는 눈 내린 평창동 풍경이었다. 자연이 그린 그림이다. 그가 앉은 책상에서 보이는 벽면에는 도상봉 화백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2008년 3월 도 화백의 유족이 경매에 출품된 정물화에 대해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경매 출품이 취소된 적이 있다. 미술계에서 위작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가장 유명한 근대 미술가인 이중섭·박수근과 관련한 위작 파문의 중심에 서울옥션이 있다.

-유명한 위작 파문에 항상 서울옥션이 관련됐다.
“우리의 경매 시장 점유율이 절반이 넘는다. 관련될 확률이 높다. 위작 논란은 우리 경매 시장이 크면서 겪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다. 경매 시장의 역사가 쌓이면 위작 논란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갤러리는 작가와 삶을 같이한다. 레오 카스텔리(전설적인 화상)가 죽어도 그가 키운 리히텐슈타인은 남는다. 좋은 작가를 키우는 게 (가나아트센터 회장으로서의) 내 사명이다. 서울옥션 대표로 말하자면 믿어 달라는 거다. 나와 우리 직원들이 기대를 저버리진 않을 거다. 앞으로는 기업설명회(IR) 같은 것도 적극적으로 해 우리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겠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