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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폭력물 전문, 여성적 취향과 거리 멀어

올 아카데미상은 사상 최대의 흥행성적을 거둔 ‘아바타’ 대신 저예산 영화 ‘허트 로커’에 감독상·작품상 등을 안겼다.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 감독은 아카데미상 82년 역사에서 최초의 여성 감독상 수상자가 됐다. [AFP=연합뉴스]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가 82년 만의 첫 여성 감독상 수상자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아카데미, 나아가 할리우드에서 여성 감독이 어떤 처지인지를 알려준다. 여러 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비교적 활발한 미국에서도 여자가 영화감독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 지난해 흥행 상위 영화 250편 가운데 여성 감독의 작품은 7%에 불과하다. 특히 비교적 장기간 성공적으로 감독 생활을 이어온 여성은 ‘왓 위민 원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것들’의 낸시 마이어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줄리 앤 줄리아’의 노라 에프런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감독상 시상자로 나온 가수 겸 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음…때가 왔다”고 말하면서 비글로의 이름을 호명했다. 스트라이샌드도 1980년대 ‘옌틀’ 등 메가폰을 잡은 적이 있지만, 지금 그를 감독으로 기억하는 관객은 별로 없다.

여성 감독 중에도 비글로는 흔히 말하는 ‘여성적 취향’과 거리가 먼 감독이다. 비글로의 영화 세계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미국의 폭력 문화다. 한국에도 개봉했던 비글로의 초기작 ‘블루 스틸’(89년)은 신참 여형사(제이미 리 커티스)가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였다. 비글로의 최대 히트작으로 꼽혀온 ‘폭풍 속으로’(91년) 역시 범죄 액션물이다. 은행강도들을 쫓기 위해 FBI요원(키애누 리브스)이 서퍼들 틈에 잠입하는 줄거리를 빌려 호쾌한 액션을 선보였다. 이후로도 비글로는 세기말이 배경인 SF범죄물 ‘스트레인지 데이즈’(95년), 냉전시대 소련 잠수함이 소재인 ‘K-19 위도우메이커’(2002년) 등 굵직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번에 아카데미상을 받은 ‘허트 로커(Hurt Locker)’는 비글로에게는 오랜만의 재기작이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폭탄해체반을 주인공 삼아 전쟁의 끔찍함을 목도하면서도 전쟁에 중독감을 느끼는 듯한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여배우 못지않게 늘씬한 미모를 보여준 비글로의 올해 나이는 59세. 한때 남편이었던 캐머런보다 세 살이 많다.

캐머런에게 비글로는 세 번째 부인이다. 캐머런은 다섯 번 결혼했다. 무명 시절의 첫 번째 결혼을 제외하면 상대는 모두 함께 영화를 만들던 동료였다. 두 번째 부인인 게일 앤 허드는 캐머런의 출세작 ‘터미네이터’의 제작자다. 저예산 영화로 이름난 로저 코먼의 영화사에서 캐머런이 데뷔작 격인 ‘피라냐의 복수’를 찍을 때 처음 만났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여전사 린다 해밀턴은 ‘터미네이터2’를 찍으며 캐머런과 연인이 돼 결혼에 이르렀다. 이번 시상식에 캐머런과 동반한 지금의 부인 수지 에이미스도 배우다. ‘타이타닉’에 출연하며 캐머런과 만나 2000년 결혼했다.

캐머런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강한 여자들을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에서 캐머런은 특히 평범한 여성이 액션 영웅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자주 그렸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린다 해밀턴이 연기한 캐릭터인 사라 코너가 대표적이다. 사라 코너가 싱글맘이었듯, 캐머런은 여성전사와 모성을 곧잘 결합했다. 리들리 스콧이 감독한 ‘에이리언’의 바통을 이어받아 ‘에이리언2’를 만들면서 캐머런은 미래의 여전사 리플리(시거니 위버)가 에이리언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어린 소녀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전개했다. 캐머런의 액션 코미디 ‘트루 라이즈’에서는 남편이 첩보원인 줄 몰랐던 가정주부(제이미 리 커티스)가 테러리스트와 대결하는 활약을 벌이게 된다.

캐머런과 비글로는 햇수로 3년쯤인 결혼 생활 동안 함께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비글로의 영화 ‘폭풍 속으로’의 제작자가 캐머런이다. 이혼 후에도 두 사람은 캐머런의 각본으로 비글로가 ‘스트레인지 데이즈’를 만드는 등 동료 관계를 유지했다. 이번 시상식장에서 캐머런은 비글로의 수상에 축하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글로는 수상 직후 무대 뒤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머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놀라운 감독”이라고 답했다. “모든 후보자들이 경탄스럽고, 강력하고, 재능 있는 감독들”이라며 “(함께 후보에 오른 것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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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