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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해도 반복, 자유 제한하는 게 가장 효과적

성범죄는 범행을 반복하면서 점점 수법이 잔인해진다. 부산 여중생 납치ㆍ살해 피의자 김길태(사진)도 강간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엔 중학생 소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사건을 계기로 반복적인 성폭행 범죄와 범인 처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성폭행범의 가장 큰 특징은 범죄의 반복성이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범죄 대상은 어린이·성인 등 무차별적으로 확대되고, 성폭행 후 살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성범죄자에 대한 교도소 내 치료감호 기능 강화 방침 등이 논의되면서 성폭행 범죄에 대한 의학계의 처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죽을 목숨을 살린다는 장기 이식 성공률이 80~90%에 달할 정도로 의학이 발달된 오늘날에도 성폭행 범죄는 불치병에 가까운 난치성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성클리닉 설현욱 원장은 “공격성과 성욕은 맥을 같이한다”며 “성의학자들 사이에서도 성범죄는 정신치료로 고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 교도 행정을 강화해야 할 문제로 간주한다”고 밝힌다.

성욕이 있는 한 성충동은 일게 마련이며 성범죄자의 범행은 반복되기 때문이다. 범행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해 범행 수법이 더욱 잔인해진다. 김길태도 처음엔 강간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엔 중학생 소녀를 강간 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격성과 성욕은 똑같아
설 원장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선 성범죄자에 대해 장기간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추적 시스템을 강화하는 식으로 자유를 제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화학적 거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해결책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외국에선 성욕을 일으키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혈중 수치를 줄이기 위해 여성호르몬을 투여하거나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설 원장은 “여성호르몬은 밤에, 수면 중에 일어나는 성욕을 줄이는 효과는 좋지만 낮에 성충동이 일어나는 걸 막지는 못한다. 따라서 충동을 일으키는 도파민·노아 에피네프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 항정신병 약물 등을 함께 투여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호르몬치료와 충동억제제를 함께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성범죄자의 성욕이 70~80%가량 억제된다는 분석이 있다. 성욕이 20~30% 남아 있는 만큼 성범죄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의학적으로 40대 이후부턴 성충동과 성욕이 자연적으로 감소한다. 그에 따라 성범죄 재발 가능성도 줄어든다. 젊은 성범죄자일수록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성폭행범 하면 흔히 ‘낯선 범죄자’를 떠올린다. 하지만 가족 내 성폭행도 적지 않다. 실제 국내 청소년 1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3.7%가 근친상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실에 근무한 의사 중 53%가 가족 혹은 그에 준하는 어른으로부터 성폭행당한 미성년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을 정도다.

가족 내 성폭행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피해자의 심신이 심하게 황폐해지는 게 특징이다. 국내 근친강간의 가해자는 친아버지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친남매·의붓아버지·모자간·부자간 등 형태는 다양하다.

다른 피해자도 마찬가지지만 가족 내 성폭행은 말 그대로 ‘응급 상황’이다. 피해자가 초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상태일 때 치료받지 못하면 우울증, 불안증, 수면장애, 반복적인 자해·자살 시도, 약물 남용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 이 경우 성인이 돼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기 쉽다.

아는 사람에게 당하면 충격 더 커
정신의학적으로 성행위는 어린 시절부터 의식·무의식적으로 취득한 경험과 학습 내용이 반영된다. 성행위는 사랑과 친밀감이 전제돼야 건강하다. 성장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성행위와 관련한 병적인 상상을 하면서 일탈된 행동과 방법을 택하게 된다. 이런 욕구가 6개월 이상 지속하면 성도착증으로 진단한다. 원인으로는 어릴 때 당한 성적 모욕이나 성폭행, 호르몬 장애, 뇌 이상, 정신장애, 아동 학대 등이 거론된다.

성도착증 중 특히 상대방의 동의 없이 남을 학대하거나(가학증), 어린이를 성 파트너로 삼는 것(소아기호증)은 성범죄다.

성도착증의 심각성은 ‘평생’ 지속하며 대상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소아기호증 환자는 평생 어린이를 성 파트너로 삼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따라서 환자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더라도 피해자는 많다. 국내 통계는 없지만 외국 외국에선 10∼20%의 어린이가 성도착증 환자로부터 피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발병 연령 낮을수록 고치기 어려워
서울대 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성도착증 환자는 자신의 생각이 비천하고 비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에 결국엔 반복적으로 성도착 행위를 한다”고 밝힌다.

성도착증 역시 경과가 나쁘고 치료도 힘들다. 특히 발병 연령이 어리고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없는 경우,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성도착 행위를 하는 환자는 평생 성범죄자로 남기 쉽다. 환자 자신이 문제를 고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성도착증은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성장기 때 건강한 성교육을 통해 예방해야 하는 ‘질병’으로 분류한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도덕이 강조되는 사회가 성이 개방된 사회에 비해 성폭력 범죄율이 낮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성범죄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도덕성 파괴 행위 중 하나”라면서 “15세 이전에 사회적 규율을 제대로 지키는 훈련을 반복하면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회적 규율을 지키는 훈련 가운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거짓말’을 못하도록 엄하게 지도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아무리 아이가 사랑스럽더라도 초등학교 때는 물론 유아기에도 거짓말을 할 땐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을 반복해서 강하게 인식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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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