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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소유의 맑고 찬 샘물 한 그릇

스님
우리나라의 모든 산새들이 날아와 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나무들이 잎을 다 떨어뜨리고 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풀들이 엎드려 흐느끼며 일어날 줄 모릅니다
나 죽거든 슬퍼하지 말라 하셨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벌레들도 봄의 땅속에서 기어 나와 흐느끼고
창공에 숨은 모든 별들도 손수건을 꺼내 울고 있습니다
스승이 없는 시대에 우리들 스승이셨던
말씀이 없는 시대에 우리들 말씀의 푸른 종소리이셨던
삶은 전체가 아니라 순간의 순간임을
단순하게 더 단순하게 간소하게 더 간소하게
연잎이 마지막 한 방울 이슬조차도 버리고 말듯
버리고 또 버려라 함부로 살지 말라 말씀하셨던
그 영혼의 양식
이제는 어디 가서 겨울 들판의 어린 새인 양 쪼아 먹을 수 있겠습니까
가난한 이웃이야말로 살아 있는 부처님이라고 일깨우시며 건네주시던
그 무소유의 맑고 찬 샘물 한 그릇
이제는 어디 가서 받들어 마시며 해갈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빨래판인 줄 알았던 장경각 대장경을 한글로 역경하러 가셨습니까
1970년대 초 뚝섬에서 나룻배를 타고 봉은사로
역경사업에 몰두하고 계시던 스님을 찾아뵙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수의도 없이 관도 없이 만장도 없이 어린 아기가 되어
새근새근 부처님 품속에 안겨 주무시고 계시옵니까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셨던 ‘어린 왕자’의 손을 잡고 천천히
‘월든의 호숫가’를 산책하고 계시옵니까
시간과 공간이 없는 열반의 세계에도 너와로 오두막 하나 지으셔서
야생의 꽃들의 아름다움에 고요히 미소 짓고 계시는
스님
찬 겨울 매화 향기 같으신 법정 스님
불쌍한 저희들을 깨우쳐 주소서
저희들도 스님을 닮아 무소유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부처님 눈물을 넣은 만년필로 가끔 집필도 계속하셔서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책을 누구나 평생 읽게 하소서
아름다운 마무리가 있어야
진정 아름다운 시작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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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