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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심는 사람들

악양 땅에서는 처음 보는 양파 밭입니다. 지난가을에 악양 귀농 2년차 아주머니가 과감하게 일군 밭입니다. 봄의 낌새가 들판에 심은 양파 밭까지 왔습니다. 간혹 몰아치는 꽃샘바람이 바쁜 걸음을 늦추긴 해도 가는 길을 멈추게는 못합니다. 산은 ‘아직’이지만 들판은 ‘이미’ 봄입니다. 봄에는 땅이 일어나기도 하고, 땅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할머니들이 주저앉은 무릎에 어깨와 허리의 아픔을 쌓으며 성실한 손길로 어루만져 땅을 깨웁니다.

“촌사람들은 이리 살아요.” “흙구덩이나 파고.” 곁에 있던 할머니가 말을 받아냅니다. “뭔 소리, 그래도 해녀들보다는 낫지.” “만날 물구덩이에 뛰어드는 것보단 낫지.” “해녀들은 딸내미한테도 물일을 가르친다는데, 어찌 살꼬.” “근데 어디 테레비에 나와요.” “테레비에 나오면 출세하는 게지.” 불청객 등장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내 아랑곳없이 그들만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슬금슬금 돌아다닐 때에 땅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말씀’은 참 귀합니다.

‘물일’보다는 ‘흙일’이 낫다는 말씀은 알아들었지만 아직도 ‘해녀’ 이야기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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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