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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는 실패마저 자기 재산으로 만든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은 젊은 시절 정미소와 운수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땅을 사기 시작했고, 불과 2년 만에 대구 인근에 200만 평의 토지를 소유한 대지주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1937년 중·일전쟁이 터지자 대출은 막히고 땅값은 폭락했다. 결국 그는 시가보다 싸게 땅을 팔고 정미소와 운수회사도 남에게 넘겼다. 그는 이때 독일 비스마르크 시대의 명장(名將) 몰트케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

“나는 항상 청년의 실패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청년의 실패야말로 그 자신의 성공 척도다. 그는 실패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거기에 대처했는가. 낙담했는가, 물러났는가, 아니면 더욱 용기를 북돋워 전진했는가 이것으로 그의 생애는 결정되는 것이다.”

큰 실패를 겪은 호암은 사업은 요행이 아니고 사업가는 큰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이후 그는 설탕·섬유·가전·반도체 등 다양한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생전에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모아 90개 항목의 ‘사업검토 지침’을 만들어서 후배들에게 남겼다. 50여 년이 지난 93년, 삼성은 ‘삼성 신경영’에서 ‘실패의 자산학’을 천명했다.

“실패를 벌하지 않는다. 단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기록을 남기면 된다.”

합리적인 조직은 실패의 책임을 물어 사람을 끝장내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조직이 공유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패자부활전의 기회도 준다. 반면 비합리적인 조직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 추궁만 서릿발 같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실패조차도 요란스럽게 화풀이해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과 교훈이 조직의 자양분이 되지 못한다. 결국 소중한 무형자산은 실패자의 퇴장과 함께 소멸한다.

서양 역사상 최강의 제국이었던 고대 로마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가 실패를 인정하고 패자부활전을 인정하는 전통이었다. 당시 카르타고 등 다른 나라에서는 전쟁에 패한 장수에게 패전 책임을 물어 사형에 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결과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로마는 달랐다. 전쟁에 패한 장수를 죽이거나 처벌하지 않았고, 오히려 명예 회복의 기회를 주기도 했다. 따라서 로마군 지휘관은 잡다한 걱정에 시달리지 않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었다. 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놓고 싸우면서 조직의 에너지를 소진시키지 않아도 됐으며,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교훈을 조직의 무형자산으로 만들어 똑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 유대인 요세푸스 플라비우스는 서기 67년 일어난 유대전쟁에서 이립(而立) 30세의 나이에 유대 반란군 지도자로 활약했다. 로마군에게 참패한 뒤 투항한 그는 『유대전쟁사』에 로마군단을 관찰한 기록을 남겼다. “로마인은 행운으로 성공하기보다는 차라리 정황을 엄밀히 조사한 뒤 실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계획 없는 성공은 조사의 중요성을 망각시킬 위험이 있지만 완벽하게 조사한 뒤에 실패하는 것은 두 번 다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효과적인 훈련이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실패 연구가 주목을 받은 지 오래다. 『실패학의 추천』이라는 책을 펴낸 하타무라 요타로 전 도쿄대 교수는 과거 사례 조사를 통해 대형 실패에는 평균 300회 정도의 예비적 실패가 있었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이 무병장수하려면 실패를 활용해야 하며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컨설팅 회사인 IMA의 와다 가즈오 사장은 ‘실패 연구’로 스타가 된 대표적 인물이다. 종업원 2만8000명의 유통 대그룹인 야오한의 총수였던 그는 4년 전 파산해 부실 기업인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썼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밑천으로 컨설팅 회사를 세웠고 큰 성공을 했다. 그는 성공 비결 대신 ‘이렇게 하면 망한다’며 실패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은 저서 『미래로 가는 길』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실패한 기업에 몸담은 경력이 있는 간부를 의도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실패할 때는 창조성이 자극되게 마련이다. 밤낮 없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MS도 반드시 실패를 겪을 테지만, 난국을 타개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빛을 발할 것이다.”

산악인 딕 베스는 “인간은 쉬운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비로소 성장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국가나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쉬운 싸움에서 이겨 작은 성공에 도취하게 되면 큰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실패에서 배우는 인간과 조직은 비 온 뒤 굳어지는 땅처럼 더욱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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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