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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동안 하루에 2000만 달러씩 불어나

카를로스 슬림 엘루
“오랜만에 도금시대(Gilded Age) 부자가 포브스 1위를 차지했다.”
멕시코 전문가인 미국 조지 그레이슨 윌리엄메리칼리지(정치학) 교수의 촌평이다. 지난주 포브스가 발표한 글로벌 부자랭킹 1위에 오른 멕시코 카를로스 슬림 엘루(70)를 두고 한 말이다. 도금시대는 19세기 후반 미국 사회를 말한다. 산업혁명과 부의 집중, 정경유착(부패)이 특징이었다. 존 D 록펠러(석유)와 앤드루 카네기(철강), JP 모건 1세(금융) 등이 주인공이었다. 카를로스 슬림이 록펠러 같은 부호라는 지적이다.

슬림의 별명은 ‘미스터 모노폴리(독점)’다. 포브스에 따르면 2009년 말 현재 그의 재산은 535억 달러(60조4550억원)다. 5억 달러 차이로 미국의 빌 게이츠(530억 달러)를 제쳤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470억 달러로 3위다. 슬림의 재산은 2005년 230억 달러였다. 4년 새 두 배 이상 불어났다. 하루에 2000만 달러꼴이다. 가장 큰 원인은 주가 상승이었다.

슬림은 몇 년 전 유에스에이투데이와 인터뷰 도중 한참 거느린 회사를 꼽다가 “제대로 셀 수가 없다”고 포기했다. 그 순간 그가 거느린 회사는 220여 곳이었다. 이 가운데 핵심은 통신회사 아메리칸모바일과 텔멕스다. 아메리칸모바일은 남미 최대 이동통신 회사다. 멕시코의 유선통신 시장의 92%, 무선통신 시장의 73%가 그의 수중에 있다. 통신 재벌로 불리는 이유다.

그의 포트폴리오에는 담배·건설·광산·자전거·청량음료·호텔·항공·철도·은행·미디어 기업도 들어 있다. 멕시코에서 그의 주머니를 불려주지 않고는 하루도 살기 힘들 정도다. 과장이 아니다. 그의 지분 가치는 멕시코 증권 시장 시가총액의 3분의 1이나 된다. 그의 회사들이 연간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는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6~7%를 차지했다. 록펠러의 재산이 미 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2% 남짓이었다.

빌 게이츠 제치고 포브스 선정 1위 올라
기업의 규모가 크면 국가 경제와 동일시되곤 한다. 거대한 대기업 집단의 흥망에 따라 국가 경제가 곧바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레이슨 교수는 멕시코를 슬림란디아(Slimlandia·슬림의 나라)라 부른 적이 있다. 멕시코 의회는 슬림에게 불리한 법안이 올라오면 알아서 부결시키곤 한다.

몇 년 전엔 세계무역기구(WTO)가 “텔멕스의 부당한 국제전화 요금체계와 미 통신회사의 진출 방해가 문제”라며 멕시코 정부의 조사를 요구했다. 멕시코 연방통신위원회는 몇 년째 묵묵부답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슬림에게 좋으면 멕시코에도 좋다’는 통념 탓으로 풀이된다.

슬림은 돈의 힘으로 그런 통념을 유지·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이 모두 그의 ‘따뜻한’ 후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슬림의 통신회사인 텔멕스의 임원을 지낸 사람이 2000~2006년에 멕시코 운송통신부 장관을 맡았다.
텔멕스는 본래 공기업이었다. 1990년 슬림의 수중에 떨어졌다. 6년짜리 유선통신 독점권과 함께였다. 당시 대통령인 카를로스 살리나스가 텔멕스를 민영화하면서 입찰 내정가를 흘렸다는 의혹이 일었다. 야당이 탄핵을 요구하며 강하게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의회 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 결정적인 증거는 잡히지 않았다.

노벨 경제학상(93년) 수상자인 미 로버트 포겔(84)은 기업인을 두 종류로 분류했다. 기업을 일군 방식에 따라 창업형과 기업사냥형으로 나눈 것이다. 빈손으로 회사를 차려 도전과 혁신으로 발전시킨 쪽이 창업형이다. 기업사냥형은 물려받은 재산 등으로 회사를 사들여 규모를 키운 쪽이다. 슬림은 기업사냥형에 가깝다.

슬림은 물려받은 부동산을 바탕으로 건물을 지어 분양해 현금을 챙겼다. 증권 투자에도 손을 대 초기 자본을 집적했다. 그는 70년 기업사냥에 뛰어들었다. 창업형 기업인과는 달리 그가 사들인 회사는 다양했다. 자동차 부품, 레스토랑, 백화점, 타일 회사들이 포획됐다.

그를 재벌 반열에 올려놓은 계기는 80년대 외채위기였다. 멕시코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이후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왔다. 그는 부실해진 금융회사를 사들여 정상화시켰다. 이렇게 얻은 막대한 금융자산을 동원해 기업 사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위기를 이용할 줄 아는 재능은 대물림인 듯하다. 그의 아버지도 멕시코에 혁명 바람이 분 1910년대 부자들이 미국 등으로 도망가면서 팔아치운 부동산을 사들여 부자가 됐다.
 
칭기즈칸 숭배하는 멕시코 부호
슬림이 도금시대 부호와 닮았지만 차이점도 있다. 그는 아주 검소하다. 이는 과시형 사치로 유명한 남미 부호들과도 다른 점이기도 하다. 그는 원제국의 창업자 칭기즈칸을 좋아한다. 밤을 꼬박 세우며 칭기즈칸의 전략과 전술에 대한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는 “시장의 경쟁을 좋아한다”고 자주 말했다. 자기 아성에 도전하는 기업이 등장
하는 일은 원천 봉쇄했다. 그는 정보통신과 기술을 자주 이야기한다. 정작 컴퓨터는 활용하지 않는다. 종이와 펜을 선호하는 아날로그 인생이다. 멕시코는 축구 열기로 유명하다. 반면 그는 야구광이다. 미 프로야구단 뉴욕 양키스의 광(狂)팬이다. 멕시코의 저택을 찾은 인물은 다양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서 노벨 문학상(82년)을 받은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까지 그의 초대를 받았다.

슬림은 지난해 1월 미 뉴욕 타임스(NYT)에 2억5000만 달러를 빌려줬다.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이미 NYT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가 곧 NYT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비슷한 시기 슬림은 인터넷 등을 활용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 돈을 기부하고 나서기도 했다. 도금시대형 부호에서 사회적 책임도 생각하는 현대적 비즈니스 리더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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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