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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업체 공짜 샘플, 다시 돌려줘 직원이 못 갖게 했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
Q.윤리경영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윤리강령은 어떻게 만들죠? 선진 기업의 잘돼 있는 것들을 취사하면 되나요? 결국 실천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게 관건일 텐데, 윤리경영의 실천 시스템은 어떻게 짜야 합니까? 오늘은 윤리경영의 ‘하우투’를 알고 싶습니다. 윤리경영의 관점에서 도요타자동차 사태와 관련한 함의는 무엇인가요?

A.세계 초일류 기업인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왜 무너졌습니까? 처음 문제가 터졌을 때 투명하게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타성에 젖어 덮어버린 결과 훨씬 적은 비용으로 문제를 풀 수 있었는데 해결이 난망인 지경까지 악화시킨 겁니다. 엄청난 비용도 비용이지만 신뢰성이 땅에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다시 강조하거니와 윤리경영은 신뢰를 얻기 위해 치르는 비용입니다. 도요타 같은 회사가 과거로 돌아갔다는 것은 중요한 교훈입니다. 윤리경영은 불가역적이 아니라는 거죠. 방심하고 소홀히 하면 언제든 옛날로 되돌아 갈 수 있습니다.

윤리경영은 이처럼 잘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부단히 지속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윤리경영의 완성은 마치 지평선처럼 우리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신세계도 지난 10년 동안 하노라고 했지만 첫 단계인 투명경영도 70~80%밖에 완성이 안 됐다고 봅니다.

윤리경영은 중요하고 하기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해야 합니다. 첫 단계가 법을 지키는 준법 경영을 하는 것입니다. 협의의 윤리경영으로 투명경영이라고도 할 수 있죠. 공정한 인사관리, 이익을 내는 등 기업으로서의 경제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이 단계에 속합니다. 기업은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해야 합니다. 그 다음 단계가 상생경영입니다. 종업원, 협력업체,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윈윈을 추구하는 것이죠. 단적으로 부가가치 내지는 이익을 배분할 때 윤리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거예요. 한마디로 회사가 낸 이익을 유보이익, 주주에 대한 배당, 구성원 보너스 등으로 나눌 때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겁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가 사회공헌입니다. 사회, 국가, 인류, 나아가 지구의 환경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집단 내지 대상과의 관계에서도 윤리를 지키는 것이죠. 개인과 마찬가지로 법인도 인격을 지닌 주체로서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탄소 배출 같은 문제에서 보듯이 기업은 개인보다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유한킴벌리 같은 회사가 나무를 심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윤리경영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사회공헌을 협의의 윤리경영과 대비시켜 광의의 윤리경영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투명경영, 상생경영, 사회공헌 경영은 각각 대(對) 구성원 관계, 대 이해관계자 관계, 대 비(非)이해자 관계에서 하는 것입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투명경영부터 시작해 이렇게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건 세 개의 동심원을 그려나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몸을 닦고 집안을 바로 하고 난 뒤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라(修身齊家治國平天下)”고 한 것과 논리적으로 같은 구조죠.

1단계를 철저히 하고서 2단계로 넘어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명경영이 완성되고 난 후에 상생경영을 하고 상생경영이 되면 비로소 사회공헌 경영을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60~70% 진척이 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접 단계가 서로 중첩되지만 이처럼 오버랩이 되도록 해나가는 거예요. 또 2단계로 넘어갔다고 해서 1단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1단계는 1단계대로 하면서 2단계, 3단계로 점차 심화시켜 나가야죠. 그래서 동심원을 넓혀가는 과정으로 설명한 겁니다.

윤리경영의 절대적인 필요조건은 공감대 형성입니다. 그래서 교육과 경영진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세계의 전 직원이 1년에 한 번은 저한테서 윤리경영에 대한 교육을 받습니다. 이때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역설하죠.

3년 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남매가 주식으로 낸 상속증여세 3500억원은 우리나라 최고 기록입니다. 오너가 상속증여세를 정당하게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내겠다는 의지를 회사 안팎에 보인 것이죠. 직원들은 ‘우리 회사 오너들은 윤리적으로 깨끗하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이렇게 오너부터 솔선수범할 때 사내에 윤리경영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직원들이 따라옵니다.

윤리경영은 모든 경영전략에 우선하는 최상위 개념입니다. 윤리라는 것 자체가 어떤 규정보다도 우위에 있죠. 그래서 구성원들이 잊어버리거나 방심하지 않도록 실천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협력업체 사람과 식사할 때 밥값을 각자 내는 ‘신세계 페이’의 경우 영업비로 지불한 뒤 일일이 신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명절에 받은 선물을 돌려줬어도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사회공헌의 예를 들면 신세계 임직원은 93%가 능력에 따라 매월 2000원에서 몇십만원씩 기부를 합니다. 그러면 회사가 같은 액수의 금액을 후원하죠. 기부를 생활화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매칭 그랜트 제도입니다. 이게 한 계좌에 2000원인데 몇십 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람도 있어요. 직원들이 기부금을 많이 내면 제도적으로 회사도 많이 기부하게 돼 있죠. 아마 신세계 사람들은 달마다 급여에서 기부금이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아, 내가 기부 활동을 하고 있구나’ 하고 실감할 겁니다. 기부금이니까 나중에 소득공제도 받죠.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시스템적으로 매월 기부를 하게 돼 있다는 점입니다.

윤리강령은 선진 기업의 강령을 벤치마킹하되 우리나라의 문화와 해당 업종의 특성에 맞게 수정해야 합니다. 유통업의 경우 협력업체가 제공하는 샘플을 투명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윤리강령에 샘플은 택배로 돌려보내고 개인이 못 갖게 돼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짧아 돌려주기 어려운 식품은 폐기하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납품을 노리는 업체가 샘플 명목으로 담당자에게 고가의 물건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접대를 하고 나면 기대를 하게 돼 있습니다. 그게 인지상정이죠. 커피 한잔을 얻어 마셔도 나중에 갚는 것이 우리나라 문화입니다. 또 어찌 보면 그게 합리적인 사고예요. 결국 윤리경영은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는 서양 격언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공짜가 없다는 건 사실 경제학의 기본 명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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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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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