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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브러더스

역시나 리처드 풀드였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1차적 책임자 말이다. 당시 리먼의 최고경영자였으니 당연한 얘기다. 이게 지난주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된 조사 보고서에서 재차 확인됐다. 무리한 투자, 느슨한 관리, 독선적 결정…. 파산 신청 직후 사내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하다 성난 사원에게 주먹 세례를 받았을 정도다.

풀드 집안은 원래 유대계 금융 패밀리다. 그의 선조들은 산업혁명 시대부터 유럽에서 금융업을 했다고 한다. 그가 리먼에 입사한 때가 1969년. 리먼의 오너경영이 막을 내리던 해였다.

리먼은 어떤 회사인가. 풀드와 같은 유대인 일가가 세웠다. 리먼은 창업자 가문의 성(姓)이다. 19세기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온 레만(Lehman) 일가가 1850년 세웠다. 독일어로는 ‘레만’으로 발음하지만, 영어식으로 굳어졌다. 헨리·에마누엘·메이어 세 형제가 공동으로 세웠다고 해 리먼브러더스가 됐다.

처음엔 미 남부 앨라배마주에 있는 면화 유통업체였다. 남북전쟁 전까지는 면화사업으로 사세를 키웠다. 그 뒤 친척뻘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지원을 받아 금융회사로 변신했다.

그런데 리먼 형제들, 혈맥·혼맥이 보통 아니다. 미국의 금융왕 J P 모건과 함께 월가에 군림하던 제이콥 시프가 친척이다. 1918년 포브스지가 처음으로 미국의 최고부자 랭킹을 발표할 때 ‘톱30’에 오른 인물이다. 러·일전쟁 땐 일본의 대규모 전비 조달을 지원했다. 그가 경영하던 회사가 투자은행인 쿤 로브였다. 나중에 쿤 로브는 리먼과 합쳐진다. 이야기가 옆길로 새지만 그의 5대손인 앤드루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사위다.

그뿐 아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이었던 헨리 모겐소는 메이어 리먼의 손녀사위였다. 둘 사이에 태어난 로버트는 뉴욕 맨해튼의 검사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리먼가는 또 철도왕 밴더빌트 가문과도 혼맥을 쌓았다.

이런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리먼은 친족경영을 고집했다. 그러다 에마누엘의 손자 로버트가 사망하자 전문경영인을 영입한다. 나중에 리먼을 말아먹은 풀드가 바로 이때 입사했으니 참 묘한 인연이다.

그 뒤 73년부터 11년간 리먼 회장을 맡은 사람은 피터 피터슨이다. 닉슨 행정부의 상무장관을 지냈고, 리먼을 떠난 뒤 세계 최대급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을 설립한 월가의 ‘전설’이다. 그는 2003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 시절 티머시 가이트너가 뉴욕연방은행 총재로 선임되는 데 힘을 썼다고 한다. 가이트너는 현재 재무장관이다.

이처럼 월가에서뿐 아니라 한 다리 건너면 정·재계나 법조계와도 척척 통할 수 있는 게 리먼의 네트워크였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 금융위기의 쓰나미를 일으키며 쓰러졌다. 그래서 두고두고 연구거리다. 마침 리먼의 파산 책임을 규명한 보고서가 나왔다. 리먼에 대한 일종의 ‘검시(檢屍) 보고서’다. 2200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이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역시 경영진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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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