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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門, 안에서 열게하라

미국 어린이들이 1972년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 닉슨 대통령이 물탱크의 문을 잘못 다뤄서 큰 난리가 나게 만든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요즘 떠들썩한 우리 교육계의 비리도 어쩌면 과거의 비리와 부정부패 사건들에 대한 우리의 망각에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인지 모른다. 맑은 사회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교육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1998년 10월 중앙일보는 학교 비리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부교재 구입 비리, 수학여행·교복 선정 비리, 시설공사비의 10∼20%를 리베이트로 받는 공사 비리, 물 좋은 학교 배정과 승진을 위한 인사 비리를 언급한 적이 있다. 우리는 잊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터진 장학사 임용 과정에서의 금품수수를 비롯해 학교 창호공사, 어린이집 위탁운영, 방과후학교 교재 선정 등 가히 썩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할 만큼 교육위원·교육청·학교 간부의 비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세기를 넘어 전수되는 것은 비리 유형뿐만 아니다. 뇌물사건이 발생하면 그때서야 사정기관이 수사하고 진상 조사, 관련자 처벌, 대책 발표 등의 순서를 거치는 것도 닮았다. 그럼에도 세월이 흐르면 다시 새로운 수법에 의한 뇌물행위가 발생해 부패 메커니즘의 작동 경로까지 닮은꼴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 평교사 598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71%는 ‘교육계 매관매직은 전국적 현상’이라고 답했다. 충격적이다. 공정한 인사를 하라고 만든 ‘근무성적 평정 조정위원회’도 교육감의 오더에 따라 행동하는 앵무새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일선교사들의 근무성적 평정에 대한 신뢰는 D학점이다. ‘좋은 보직은 특정집단만의 리그가 되고 말았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지금의 승진시스템으론 중간에 비리를 거를 장치가 없다.

학연·지연과 인맥을 통한 내 사람 챙기기, 문제가 드러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내 식구 감싸기는 한참 도를 넘었다.

교육공무원의 최근 3년간 금품향응 수수 징계처분 중에서 정해 놓은 기준보다 낮게 감경된 경우는 34.4%나 된다. 국가공무원 18.9%, 지방공무원 20.2%보다 더 높다. 파벌의 방어막 때문에 성폭력, 촌지수수 등은 가볍게 처벌되고 일제고사 거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파면·해임 등 중한 처벌이 내려지는 불균형도 빚어진다.

‘형님-아우’식 파벌문화의 폐해도 심각하다. 상대 파벌을 견제하려 인사 개입이 정당화되며 부패문화의 뿌리가 깊게 자리 잡았다. 이런 파벌들은 특정 후보의 교육감 선거자금을 만들어주는 통로가 된다. 교육감 당선 후에는 지지자들을 챙기면서 이너서클을 만들어낸다.

연줄이 비리의 통로이다 보니 한번 비리가 들통나면 끝없이 꼬리를 문다. 비리가 일상화됐다는 증거다.

교육계의 자정작용이 사실상 마비된 이 시점에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비리 조사를 할 때마다 안으로 굽던 팔을 곧게 펴야 한다. 교육개혁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부패를 저지르는 공무원에 대해 뇌물보다 훨씬 큰 대가와 희생을 치르게 만들 필요가 있다. 부패에 개입한 관료의 기대효용 크기는 뇌물 금액, 도덕적 비용, 적발 확률, 처벌 강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것들을 감안해 부패 통제의 기본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부패의 문(門)을 안에서 열고 나오도록 내부비리 고발자 보호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감시와 은폐의 대치 관계가 아니라 양자의 협조 관계를 통해 구조적 비리체계를 일소하려는 노력이 긴요하다. 교육계 안팎에서 지금 난무하는 대증적 처방으로는 절대로 부패 고리를 끊지 못한다. ‘일선학교는 교장의 왕국, 교육청은 교육감의 왕국’이라는 교육계의 왕정체제를 해체하기엔 턱도 없다.
부패를 사회적으로 학습시키는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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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