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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품목 준 이유

3월 8일 지식경제부가 우리나라 연구개발(R&D)의 대수술 방안을 내놓았다. R&D의 최종 목표를 ‘사업화’로 정하고 대형 10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향후 7년간 민·관 합동으로 3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과감한 중간 탈락 등의 도입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연구비 실시간 관리시스템 구축, 출연연구소 조직 선진화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런 방안을 마련한 배경에는 정부의 R&D 투자 예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가 감소한다는 것이 주된 문제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식경제부는 R&D의 최종 목표를 사업화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1위 품목이 부족한 것은 과거에 우리가 R&D의 사업화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오히려 기초 원천을 등한시하고 R&D의 질적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자들의 과학기술 논문 수가 세계 12위이지만 논문의 질적 수준은 세계 30위에 불과하다. 연구의 질적 수준이 낮은데 세계 1위 품목이 나오길 기대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와이즈만연구소는 2009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적인 연구소다. 수학·전산학·물리·화학·생물 등을 연구하는 기초과학 연구소가 2007년 한 해 동안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총 10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의 로열티 발생 매출 실적을 냈다. 사업화의 성공 사례다. 그러나 그들이 기술개발이나 사업화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을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과학자들에게 사업화를 주문해서는 안 되며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을 할 때 비로소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고 그것이 세계 1위 품목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설립의 기초를 닦은 미국 최초의 대통령 과학보좌관 배니바 부시는 정부나 의회의 간섭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유시장을 중시하는 미국 정부는 국가 안위에 필요한 방위 산업과 정책적 필요에 따른 우주 분야 외에는 정부 차원에서 산업을 위한 R&D 정책을 거의 내놓지 않는다.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부 장관이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박사도 ‘고위험 고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기존 방식의 효율을 높이는 정도로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 등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 고위험 기초연구를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찾는다는 것이다.

기업이 R&D에 나서는 최종 목표는 당연히 사업화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을 위해 필요한 R&D를 기업이 하기엔 벅찬 경우가 많다.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연구 결과가 불확실하니 기업으로서는 모험을 감당할 수 없다. 이렇게 기업이 하기 어려운 고위험 R&D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실패 위험이 높아도 연구자들이 창의적 발상으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R&D는 중·장기적인 기초 원천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지식경제부의 R&D는 산업과 연계된 실용적인 분야에 집중한다는 역할 분담은 분명하다. ‘D’의 목표가 궁극적으로 사업화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R’의 목표가 사업화인 나라는 없다. 부처 간에 분산된 R&D 관련 업무를 적절히 조정하면서 기초 연구, 응용 연구 그리고 개발이 적절히 조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출연연구소 조직을 선진화한다고 연구소 조직을 개편해보려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다. 출연연구소들이 선진화되기 바란다면 연구소가 자율적으로 발전 방안을 만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출연연구소를 개편하려는 것은 훌륭한 연구자가 연구소에 남아 있지 않고 대학으로 이직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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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