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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모작 재취업 컨설팅 의뢰인] 한상환씨

베이비붐 세대의 선배 격인 한상환(55)씨에게 건설은 삶의 거의 모든 것이었다. 스물여섯에 건설회사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 후 28년간이나 건설현장을 누볐다. 아파트 건설부터 공장건물·물류창고·극장·쇼핑몰까지 안 해본 공사가 없다. 거친 건설현장의 시끄러운 소음도 그에게는 신명 나는 리듬 같았다.



대기업 건설회사 현장소장도 해봤습니다 … 시공·관리·감리 자신 있습니다

그러나 지지난해 명예퇴직 후 나선 재취업 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부분 나이가 너무 많다는 반응이었고, 직전 회사에서의 부장급 경력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씨는 “예전의 직위와 연봉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건설현장에서 좀 더 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쏟고 싶은 열정과 에너지가 남아 있다.



중앙일보 재취업 자문단이 한씨를 컨설팅했다.



글=이종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한상환씨는



주요 경력 대기업 C건설회사 건축시공 현장소장(부장급) (1995년 3월~2008년 12월)



대기업 S중공업 건축시공 현장소장(과장급) (1982년 5월~1994년 12월)



학력 조선대 건축공학과 졸업(1981년 2월)



주요 교육 감리원 교육 이수, 감리원 자격 취득



희망 직무 건축시공, 현장관리, 건축감리



Tip 한상환씨가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 취업 가능한 기업 리스트를 만들라.



● 상반기 각 기업의 인력 충원 시기를 파악하라.



● 기존 거래처 사람들과 교류해 재취업 의사를 노출하라.



● 재취업을 원하는 기업에 부합하는 자신의 성과와 능력을 부각하라.



28년 동안 건설 현장을 누볐던 한상환씨가 친구가 운영하는 건설사에서 건축 도면 관련 책을 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달 24일 컨설팅 장소에서 만난 한씨는 자신감을 많이 잃은 상태였다. 대기업 계열사의 한 건설회사에서 현장소장으로 일하던 지지난해 그는 갑작스럽게 명예퇴직을 권고받았다. 금융위기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고, 정년을 1년 남겨둔 한씨는 명예퇴직 우선순위 대상자였다.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심혈을 기울이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중도에 그만두게 된 것이 특히 아쉬웠다.



한눈 팔지 않고 건설에만 매달려 살아온 한씨는 퇴직 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퇴직 직후 지인들과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건설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업 경력도 없고 자금력·사업성도 불투명해 선뜻 돈을 대겠다고 나선 투자자가 없었다. 그렇다고 마련해둔 자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을 시작하기도 무리였다. 퇴직자들을 노리는 협잡꾼이 많아 누군가와 손잡고 동업을 한다는 것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한씨는 슬하의 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당장 먹고살 걱정을 할 형편은 아니지만 가족들 앞에 가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한씨는 “실직 상태가 길어지면서 마음이 초조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결국 한씨는 재취업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경력개발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감리원 자격증도 땄다. 건설 분야에서 가장 인정받는 건축시공 기술사 시험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틈틈이 헬스장도 다니며 건강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① 구직  취업 가능한 기업 리스트 만들길



어려울수록 자신감을 갖고 구직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것이 한씨에게 주는 자문단의 공통 주문이었다. 장국찬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실장은 “재취업 시장에서 의뢰자의 전 직장에 걸맞은 고급 일자리는 많지 않다”며 “눈높이를 낮추고 취업이 가능한 기업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자신의 경력과 장점을 취업을 원하는 회사 측에 지속적으로 노출해야 한다”며 “인사담당자들이 여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황영희 노사공동재취업지원센터 컨설턴트 역시 “건설업 분야에서 재취업의 성패는 인맥과 네트워크가 크게 좌우한다”며 “평소의 인맥을 총동원해 자신의 장점과 취업 의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라”고 말했다.



특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유리하다. 중소기업은 지원하는 사람이 적어 공채를 거의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별 채용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100명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임원이나 관리자가 되고자 한다면 기업 대표를 직접 접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랜 건설 경험을 살려 큰 사업이 예상되는 지역의 회사나 전망성 있는 회사를 찾아 이력서를 보내고 인사담당자도 만나봐야 한다. 예를 들어 4대 강 사업과 관련 있거나 신규 공사 수주가 예상되는 건설사는 현장인력을 충원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 분야에 특화된 헤드헌터를 만나는 방법도 있다. 2000년 이후 각 업종에 특화된 헤드헌터가 늘고 있다. 헤드헌터는 구직자와의 미팅을 회피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재취업 지원자의 경우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감추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워야 재취업의 기회가 열린다.



② 자기소개서  대표적 경력 위주로



회사 측에 자신을 알리는 가장 첫 관문이 바로 자기소개서다. 건설현장에서 쉬지 않고 일한 한씨는 이력서를 촘촘히 작성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 나열식으로 서술해 초점이 흐려질 위험도 있다. 자기소개서는 1차 서류 전형 자료가 되는 것과 동시에 2차 면접 전형 자료가 되기 때문에 대표 경력 위주로 간결하면서도 알차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장국찬 실장은 “대기업 부장까지 지낸 사람이라면 성장 배경 등 주변적인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서술할 필요는 없다”며 “자신이 맡아서 했던 가장 큰 프로젝트와 자신의 차별화된 장점 위주로 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영희 컨설턴트 역시 “자신이 회사 측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원하는 직책과 업무를 정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는 6하원칙에 맞춰 서술하되 인사담당자가 보고 싶어 하는 부분을 맨 앞에 제시하는 것이 좋다. 인사담당자는 수치나 실적에 관심이 많으므로 주요 거래처가 어디였고 그 거래처를 통한 매출 기여도가 얼마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특히 성공한 프로젝트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자세히 기술해야 한다.



자신의 장점과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인사담당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특수건물 시공 등 이색 경력을 기술하는 것도 좋다. 각종 교육을 받은 사항은 노력의 증거로 보는 회사가 많으므로 다 쓰는 것이 좋다.



③ 면접  자신감 갖되 겸손하게



면접은 회사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단계이자 자신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채용 과정에서 만나게 될 사람은 중견·중소기업의 임원일 것이다. 채용담당자의 나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겸손한 자세로 면접에 임해야 한다. 면접관이 젊고 경력이 부족해 보여도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넥타이도 꼭 매는 것이 좋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회사일 경우 말투에 사투리가 있다면 억양을 조금 누그러뜨리는 것이 좋다. 회사에 대한 정보는 많이 수집해 숙지할수록 유리하다. 지원하는 회사가 언제 설립됐으며 어떤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했는지, 그리고 자산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지를 미리 알아놓는 것은 기본이다.



겸손·성실과 함께 자신감도 중요하다. 장국찬 실장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자신을 내세우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며 “체면과 자존심을 조금 양보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성장해온 만큼 관리자로서 중요한 덕목인 문제 해결 능력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한씨는 각종 안전사고와 민원이 쏟아지는 건설현장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았다. 한씨의 풍부한 현장경험은 채용담당자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④ 종합  건설현장 이외의 길도 생각하길



한씨가 이력서에 기재한 지망 분야는 건축시공·현장관리·건축감리 등이다. 사회생활 대부분을 건설업에 종사한 만큼 재취업도 건설 관련 분야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상식적이다. 특히 건축감리 업무는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만큼 전망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택의 폭을 지나치게 제한할 필요는 없다. 퇴직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지금 시기를 자신의 역량을 점검하고 삶의 근본적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자문단은 “재취업 분야로 건설현장을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며 “보수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퇴직 후 할 일은 매우 많다”고 진단했다.



사회 봉사나 후학 양성에 눈을 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각종 재교육 기관에서는 현장 경험이 많은 사람을 강사로 채용하고자 하기 때문에 채용계획을 문의해볼 수 있다.



구직자들은 삶의 기반이 사라지면서 찾아올 수 있는 상실감을 경계해야 한다. 스스로의 상황에 자괴감을 가질수록 자신감을 잃고 재취업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그럴수록 새로운 가치를 찾을 필요가 있다. 급여나 직위보다는 가정의 화목, 일의 보람, 사회적 가치 등을 실현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재취업·경력개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 주 자문단



장국찬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사업단 능력개발실장




기술교육 분야 전문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13년 동안 기술인력을 양성했다. 1994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사업단에서 직업능력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서울지방노동청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심의위원, 국제장애인기능경기대회 지도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황영희 노사공동재취업지원센터 선임컨설턴트



숭실대 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한국코칭협회에서 비즈니스 코칭클리닉 과정을 이수했다. 중견기업에서 마케팅·인사·관리 담당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강점을 분석해 구직 전략을 세워준다. 2007년 1월부터 노사공동재취업지원센터에서 전직 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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