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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강의실이 내 손 안에

8일 오전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실무전산(Practical IT)’ 강의실. 나노생명화학공학부의 남덕우(37) 교수는 새 학기 첫 강의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무용 프로그램 ‘엑셀’ 소개로 시작했다. 70여 분의 강의를 마치면서 그는 이색적인 숙제를 냈다. 다음주 월요일 두 번째 수업부터 온라인으로 예습해 오라는 주문.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인 ‘마이 IT 랩(My IT Lab)’에 들어가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해 연습문제까지 풀어오라는 것이었다. 강의실을 나온 학생들은 실습실로 이동했다. 여기선 ‘에이아이(AI)’라고 불리는 서윤영(28) 조교가 ‘마이 IT 랩’ 활용법을 상세히 알려줬다.



IT 교육혁명 실험장 … 울산과학기술대 ‘스마트폰 캠퍼스’ 가보니

국내 첫 법인대학으로 지난해 출범한 울산과기대의 ‘정보기술(IT) 교육혁명’ 실험 현장이다. 1500명 가까운 교직원과 학생 전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국내 첫 ‘스마트폰 캠퍼스’ 사업도 연내 시작한다 .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아이폰으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있다(사진 위). 울산과기대의 학습관리시스템 ‘블랙보드’. 학생들은 블랙보드를 통해 강의 일정과 관련 자료를 조회하고, 과제 제출, 시험 응시도 가능하다.
◆인터넷 예습=‘실무전산’은 이 대학이 지난 학기부터 시작한 시범 ‘리디자인(redesign,재설계)’ 첫 과목이다. 이어 지난달에는 수학·화학·물리 등 12개 기초과목을, 이달부터는 7개 인문학 과목을 재설계하고 있다.



재설계는 정보기술(IT)을 교육에 적용하는 작업이다. 수업의 일부를 인터넷 강의 등으로 대체하는 것뿐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을 확 뜯어고친 것이다. 가령 학생들의 기초적인 질문은 교수나 석·박사급 조교가 아니라 학생지도를 전담하는 AI라는 조교가 대답해 준다.



우선 학생은 강의실에 들어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관련 교재를 읽고 그와 관련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교수는 학생 개개인이 그 교재를 언제, 얼마나 읽고 문제를 풀었는지, 몇 개나 틀렸는지를 수업 전에 온라인상에서 점검한다. 실제 강의실에선 단순 사실 전달을 넘어선 심화학습을 한다. ‘교수는 말하고, 학생은 듣는’ 전통적 수업 방식과 다르다. 미리 공부를 많이 하고 가서 이해가 빠르기 때문에 수업의 절대시간이 줄어든다.



‘실무전산’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이던 강의시간을 한 번으로 줄일 수 있었다. 100명 넘게 듣는 대형 강의지만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재수강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수강생 정용진(19·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씨는 “전산실무에 문외한이었지만 예습과 강의·실습을 반복하면서 한 학기 만에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강의 품질 높아져=울산과기대는 이런 수업 방식을 내년 말까지 대부분 교과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수는 강의 부담이 줄고 ▶학생은 질 높은 강의를 듣고 ▶학교는 학사비용을 줄이는 1석3조의 효과를 기대한다.



임진혁(58· 경영정보학) 학술정보처장은 “기존 틀로는 늘어나는 인건비 등으로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피할 도리가 없다. IT를 활용해 강의 등 대학 운영을 효율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수·직원 전원에게 애플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나눠주기로 한 것이 혁신의 큰 축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동영상 강의나 관련 교재를 공부할 수 있게 한다는 것. 교수·교직원·학생 간의 소통도 편해진다.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학습관리시스템(LMS) ‘블랙보드’를 통하면 된다. 미국 대학의 60% 이상이 쓴다는 블랙보드는 학생들의 예습 여부를 교수가 이동 중에도 체크할 수 있다. 또 강의 자료를 수시로 올려놓거나 내려받기에 편하다. 예일·MIT·스탠퍼드 등 유명 대학의 강의를 무료로 보는 애플 ‘아이튠즈U’ 콘텐트도 활용할 수 있다.



울산과기대는 이를 위해 11일 KT와 FMC(유·무선통합 통신망) 구축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다. 캠퍼스 안에서 무료로 인터넷 접속과 음성통화를 하는 ‘U(유비쿼터스) 캠퍼스’가 실현되는 것이다.



◆울산과기대의 실험=1학년 750명, 2학년 500명 등 학생은 1250명, 교수·교직원은 200여 명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울산시·울주군)가 재정을 지원하지만, 법인대학이라 학교 운영은 정부가 아닌 이사회가 하게 돼 있다.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학생 전원이 장학금을 받으며 기숙사에서 지낸다. 현재 1, 2학년은 전국 고교 성적 상위 3% 이내 학생들로 채워졌다. 전공 이외에 인문·경영학 과목이 필수로 돼 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태봉산 자락에 있는 이 대학 캠퍼스는 울산 시내에서 20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가는 외딴 곳이다. 하지만 캠퍼스는 활기차 보였다. 신경진(19· 나노생명화학공학부)씨는 “아이폰이 있으면 PC 앞에 앉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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