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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3불에 흔들리는 중견건설사들

9일 오전 중견건설업체인 A사 사장실. 부도난 시행사의 빚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A사가 떠안은 경기도 안성의 아파트 사업장을 놓고 김모 사장과 인수 희망 회사 측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이자 등 15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장을 팔려고 한다”며 “지금의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부도날 것 같아 사업장을 헐값에 매각하려는 것”이라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회사를 나온 김 사장은 곧바로 B저축은행으로 향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입주한 아파트 사업장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 자금상환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부탁하러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돈 되는 자산 팔고, 은행에 돈 빌리러 다니는 게 내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며 “창업 20여 년 만에 맞은 가장 큰 위기”라고 덧붙였다.



분양 안 되고 … 대출 끊기고 … 출구 막히고

이런 상황은 김 사장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웬만한 중견건설업체들이 맞닥뜨린 문제다. 짓고 있는 아파트는 팔리지 않고 금융권 대출은 막힌 채 새 사업을 하려 해도 수주가 안 되는 악성 구조다. 지난 8일 채권은행으로부터 퇴출에 해당하는 D등급 판정을 받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성원건설의 사례가 확산되지 않을까 중견건설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초 정부가 건설사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금융권의 자금압박이 심해졌고 지난해 가을의 대출규제 확산 이후 주택시장 침체의 골도 깊어지고 있어 중견건설사들의 경영환경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심해지는 자금 동맥경화=지난 7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의 C아파트 모델하우스. 올가을 입주를 앞두고 ‘웃돈 보장’ 등의 조건을 내걸고 미분양 판촉에 나서고 있지만 모델하우스 안에 방문객은 한 명도 없다. 이 회사의 김모 주택사업본부장은 “미분양도 문제지만 입주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2008년 분양 초기 분양 실적이 저조하자 이 회사는 계약금 5%, 중도금 무이자 등의 조건으로 아파트를 분양했다. 들어온 돈은 분양가의 5%인 계약금뿐이고 나머지는 입주 때 받는 셈이다. 그는 “초기 PF에다 계약률을 근거로 ABCP(자산유동화담보부어음)를 발행해 사업자금을 추가로 빌렸다”며 “입주 이후 갚을 빚인데 요즘 상황을 봐서는 상환이 곤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신규 PF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D건설사 자금 부장은 “시중은행들은 아예 접근조차 어렵고 저축은행이나 증권회사와 접촉했으나 올 들어서는 이마저 맥이 끊겼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프로젝트금융부 강동규 팀장은 “주택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며 “PF 한도를 정해 놓고 기존 대출금 상환으로 여유가 생길 경우에만 PF를 다룬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신규 사업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이달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었던 E건설사는 올 하반기로 분양시기를 늦췄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권으로부터 기존 대출금을 어느 선까지 갚아야만 신규 분양사업 대출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주택사업이 꽉 막히자 중견건설사들은 공공공사나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대형 턴키(설계 및 시공 일괄 수행 방식의 공사) 시장은 10대 대형 건설사들만의 세상이다. 규모가 작은 공공공사도 공사 관련 보증을 받지 못해 수주를 못하는 경우가 잇따른다. 재개발·재건축도 조합원들이 인기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에 중견건설사들은 입찰 초청도 받지 못한다.



중견건설업체들이 자금난과 수주난에 시달리면서 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에 들어설 한 아파트 단지(1093가구)가 지난해 9월 시공사(현진)의 부도로 공정 81%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대한주택보증 제공]
◆앞으로가 더 문제=들어올 돈이 안 들어오고 새 사업자금 조달도 막힌 상황이기 때문에 중견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모 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는 “요즘 감사 중인 한 중견건설사는 우발채무가 급증하고 자산이 확 줄어드는 등 지난해에 비해 훨씬 부실해졌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보유한 37개 건설업체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90.2%로 2008년 6월 말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또 PF를 포함한 조정 부채비율은 350.2%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견건설업체들은 신용등급이 없기 때문에 이 조사에서 제외됐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중견건설사들은 대부분 조정 부채비율이 400%를 웃돌고 일부는 자본잠식 상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하이투자증권 김익상 크레디트애널리스트는 “중견건설사들은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미분양 주택 증가, 공공부문의 저가 수주경쟁 심화, 해외사업 확대에 따른 자금압박 등으로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의 타격도 예상된다. 9일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중견건설사 해외사업장발 부실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가 화두였다. 저축은행들이 중견건설사가 벌인 해외 개발사업에 돈을 빌려준 경우가 많은데 담보가 불확실하고 저축은행들은 후순위 채권자여서 많은 돈을 떼일 것이라는 얘기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은 안전장치를 갖춰 놓는데 해외 개발사업은 경험 부족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저축은행당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돈을 떼일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금융권 “구조조정 더 세게”=정부나 금융권은 중견건설업체의 위기는 언젠가는 겪고 넘어야 할 통과의례로 보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회장 등 건설 관련 3개 단체장이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시장을 살려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하라는 구조조정은 제대로 하지 않고 규제 완화만 바란다는 식으로 청와대에 비춰져 역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기업금융실 신응호 국장은 “상시평가 체제를 통해 부실 정도가 심한 건설업체는 빨리 정리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중견건설업체=조달청 등급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1군 업체 중 대기업 계열 등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업체다. 조달청 1등급 기준은 연간 시공능력이 1100억원 이상이고 시공능력 순위 168위 이내로 정해져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1군 업체 168개사 중 종업원 300인 이하를 중견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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