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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뭄’ 닥친 미 나파밸리 명품 와인 명성도 시드나

‘미국 프리미엄 와인의 본고장 나파밸리의 전성 시대가 저무나.’



부동산 급락, 불황 겹쳐 … 와이너리 10여 곳 파산

캘리포니아주 북서부에 위치한 나파밸리는 남쪽 나파시에서 북으로 캘리스토가시까지 50㎞ 정도 이어진 와인 산지다. 병당 15달러가 넘는 미국 프리미엄 와인은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된다. 2007년 금융위기에도 버티던 나파밸리가 지난해부터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부동산 침체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은행의 대출 상환 독촉은 거세지는데 프리미엄 와인 수요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실리콘밸리은행에 따르면 최근 최소 10개 와이너리가 파산, 주인이 바뀔 운명에 처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올 1월 현재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한 와이너리도 18곳이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이웃 오리건·워싱턴주엔 30여 개 와이너리가 매물로 나와있지만 거래마저 끊겼다. 실리콘밸리은행 빌 스티븐스 와인담당은 “거래해 온 250여 와이너리 주인들이 요즘 같은 불황은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나파밸리 와이너리가 궁지에 몰린 건 과도한 빚 때문이다. 2005~2007년 부동산 거품이 일자 나파밸리 와이너리도 앞다퉈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았다. 포도밭을 늘리고 생산 설비를 새로 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부동산값이 15% 급락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농장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할 와이너리가 속출한 것이다.



소비자의 입맛도 변했다. 미국 내 포도주 소비는 매년 급신장해 1991~2008년 사이 세 배 늘었다. 경기가 좋을 땐 나파밸리 프리미엄 와인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러나 불경기가 닥치자 외면당했다. 칠레·아르헨티나·호주산 저가 와인 공세도 나파밸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포도주 소비는 양으론 1.9% 늘었지만 금액으론 3.3% 줄었다. 그만큼 값싼 와인이 많이 팔렸다는 얘기다. 금액 기준 와인 소비가 감소한 것은 90년대 이후 처음이다.



연간 100~300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소규모 와이너리의 줄도산도 나파밸리 부동산 경기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소규모 와이너리는 고가의 컬트 와인으로 인기가 높았지만 불황 탓에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2005년 200만 달러를 들여 나파밸리 내 2만8300㎡의 포도농장과 농가를 사들였던 샌드라 서덜랜드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게 실수였다”며 “지금은 살아남는 게 급선무”라고 토로했다.



벼랑 끝에 몰린 나파밸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아예 초고가 와인으로 고급화해 승부할 것이냐, 아니면 저가 와인 생산을 늘릴 것이냐 두 갈래다. 어느 쪽이 되든 중산층이 즐길 수 있는 병당 15~30달러짜리 나파밸리 프리미엄 와인 생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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