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서소문 포럼] 사람의 위기, 정치의 위기

“정치 재미없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유일한 이슈인 세종시 뉴스에조차 채널 돌리기가 일쑤다. 그나마 세종시·이명박·박근혜를 빼곤 변변한 뉴스 아이템도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하긴 우리 정치에 김연아·모태범이 출현했는가, 이승훈·이상화가 등장했는가. 지방선거가 84일 앞이지만 산뜻한 후보가 안 보이니 제 갈길 바쁜 사람들이야 시큰둥할 뿐이다.



감동과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게 정치다. 지금 우리 정치는 그 잣대론 아주 심각한 위기다. 바로 새 인물을, 스타를 키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3김(金) 시대와, 그 구(舊)시대의 막내라고 자칭했던 노무현 정부가 마감되고 이른바 ‘실용 대통령’이 등장한 시점이다. 정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제 비전과 전문성, 리더십과 창의력을 갖춘 새시대의 인물군이 수혈(輸血)되기를 기대했었다. 상황은 거꾸로다.



정치인이건, 관료건 이명박 정부가 키워 낸 공직의 샛별은 누가 있을까. 미셸 리 워싱턴 D C 교육감 같은 사람 말이다. 조선 당쟁의 도화선이던 이조전랑(吏曹銓郞)의 인사추천권 후유증이 걱정되는지, 청와대 인사기획관 하나를 못 뽑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근혜계 역시 계보 단속 외에 어떤 ‘+α’의 참신한 신예를 육성해 왔는지 궁금하다. 10년 권력을 누렸던 제1야당 민주당이야말로 사람이 유일한 자산이자 회생(回生)의 수단일 터다.



그러나 이미 50대 전후가 돼 버린 ‘추억의 386 정치인’ 외에 어떤 신인을 선보이고 있는가. ‘철밥통’으로 불리는 우리 공무원 사회 역시 안정적 신분보장 외에 어떤 매력을 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소녀시대, 빅뱅, 2AM, 2PM, 애프터스쿨, 2NE1, 포미닛 등등. 이름 외우기도 어지럽게 끊임없이 스타를 키워내는 아이돌 그룹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이 시대의 트렌드다. 하다 못해 조직폭력 단체조차 싸움 잘하는 고교생을 점찍어뒀다 스카우트한다는 세상 아닌가. 사람 키우는 투자의 개념도, 그런 문제의식조차도 안 보이는 우리 정치가 사양(斜陽)산업으로 치닫는 이유다.



공직 기피와 충원의 위기가 물론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올 초 하버드대 법대는 졸업 후 공직·비영리단체에서 5년간 일하기로 약속하는 3학년생의 학비를 면제해 준다고 발표했다. 공직 대신 10만 달러 이상 수입이 보장되는 로펌, 월스트리트로의 진출 편중 때문이다. 2003∼2006년 사이 매년 550명의 하버드대 법대 졸업생 가운데 10%선인 60여 명만이 공직·비영리단체를 택해왔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선 아예 ‘공직리더십의 미래(Next Generation of Public Leadership)’란 토론회가 열려 공직 기피를 심각한 글로벌 이슈로 다뤘다. 세계경제포럼(WEF)에 의해 ‘젊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됐던 65개국 232명 대상의 설문조사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 중 공직에 몸담고 있는 숫자는 6%에 불과했다.



젊고 재능 있는 이들이 공직 기피 이유로 꼽은 것은 ▶개인 능력·실적에 따른 보상의 전무 ▶관료적 문화와 사기·부패 등의 속성 ▶검증·언론 노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낮은 수입 등이었다. 그럼에도 이들 중 75%가 장차 공직 진출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사회변화(social change)’에 남다른 기여를 할 수 있고, 중추적인 의사 결정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의 뒤통수를 때릴 만한 교훈이다. 각 분야 엘리트를 선거 때나 유혹해 데려와선 일회용으로 써먹었던 게 그들 아니었나. 자기희생 없이 다른 분야 과실(果實)만 따먹는 얌체 직종이었다. 그나마 국회라곤 고작 체인 건 채 몸싸움이고, 짓누르는 계파 압력에 최소한의 존재감·자존심마저 질식(窒息)돼 버리니…. 어느 눈 바른 인재가 흔쾌히 그 길에 나서겠는가.



정치 역시 투자다. 좋은 리더를 키워내야 정치 자체가, 또 나라가 흥한다. 그 핵심 수단은 ‘사회 변화’에 기여해 보겠다는 이들의 프라이드를 살려주는 길뿐이다.



그들의 열정과 비전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그렇게 미래의 정치 스타를 가꾸고 키워낼 혜안(慧眼)과 능력을 발휘하는 정치가가 보고 싶다. 그 사람이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해 줄 큰 바위 얼굴이다.



최훈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