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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정, 국가자산 떨이 나서

올리가르히. 소련 붕괴 과정에서 발 빠르게 국영기업을 인수해 부를 축적한 러시아 재벌을 일컫는 말이다. 러시아의 시장경제 전환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정치 권력과 은밀한 거래를 통해 성장했지만, 지금은 러시아 정부도 어쩌지 못하는 힘을 가졌다.

그런데 미얀마에서 이런 과정을 답습할 조짐이 나타났다. 미얀마는 공산권 해체 후 세계적으로 몇 안 남은 폐쇄 경제 국가 중 하나다.

8일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양곤의 옛 정부 청사 건물과 광산 등 176개 자산의 매각 계획을 공고했다. 1962년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최대 규모의 자산 매각이다. NYT는 ‘미얀마 자산 매각은 90년대 소련 지역에서 진행된 민영화에 맞먹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계획경제 체제였던 미얀마는 88년 시장경제 전환을 선언했다.

매물은 다양한다. 보석·주석 광산과 연료수입·유통·자전거·음식료 업체 등이다. 네피도로 수도를 옮기면서 비게 된 정부 청사 건물들은 요지에 위치한 데다 부지도 넓어 활용도가 높다. 웬만한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민영화가 안 된 병원과 학교에 대한 운영권 이양도 진행되고 있다.

매각의 첫 번째 목표는 정치 자금 마련이다. 미얀마는 오는 10월 총선을 치른다. 20년 만에 있는 총선이다. NYT는 현지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군사 정부가 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자산 매각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부분을 민간에 떠넘기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예컨대 석유업체를 민간에 넘기면 기름값이 크게 오르더라도 정부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군부가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놓겠다는 건 아니다. 굵직한 공기업과 자산은 밀약을 통해 군부가 통제 가능한 경영자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NYT는 이를 ‘베트남식 민영화’라고 규정했다. 미얀마판 올리가르히의 싹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속셈이야 어쨌든 민영화는 미얀마가 시장경제 체제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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