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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IMF 나오나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을 창설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럽통화기금(EMF) 얘기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8일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존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EMF 설립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의 올리 렌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집행위가 (IMF와 유사한) 유럽기구 창설을 제안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독일·프랑스를 포함한 다른 EU 회원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 의회도 EMF를 만들어 유럽투자은행이 관리토록 해야 한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가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IMF와 유사한 유럽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EMF 창설 논의가 갑자기 불거져 나온 것은 아니다. 1999년 유로화 통합 때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겪고 유로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EU 국가 전체의 위기로 번지자 공동의 경제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공동통화권의 구조적 한계가 그리스의 위기를 낳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지난주 브뤼셀을 방문해 “유로존이 재정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유럽중앙은행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중앙은행을 지지할 수 있는 통합 정부가 없다는 것이 구조적인 흠”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국가들이 공동의 중앙은행은 있지만 공동 재무부 같은 관리 체계가 없어 회원국의 경제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위기 때마다 IMF 등 국제기구에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제 공동체란 EU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EMF 창설은 새로운 돌파구다. 여기에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FT는 이번 제안이 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유럽연합에 있어 가장 큰 변화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창설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독일이 새로 창설되는 기구에 IMF 식의 강력한 관리·감독 기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번 계획에 정부부채가 많거나, 적자 감축에 실패한 국가에 대해 강력한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포함할 계획이다. 적자 감축에 실패한 국가는 EMF 지원을 차단하고 일시적으로 EU 장관회의에서 투표권을 없애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프랑스 등이 이 방안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FT는 프랑스의 재정 여건이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 방식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이번 논의를 촉발시킨 그리스가 EMF의 지원을 받긴 어려울 전망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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