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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불법파업에 무관용” 법원은 “피해 입증 어렵다”

#2004년 7월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직권 중재회부 결정을 어긴 불법 쟁의였다. 나흘간의 파업으로 지하철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당시 공사는 전년도 순손실이 3540억원에 누적적자가 3조원을 넘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공사는 파업이 끝난 뒤 노조를 상대로 4억899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법이 판결한 배상액은 1억8990만원. 불법 파업이란 사실과 이로 인한 피해는 인정하면서도 “쟁의 방식이 평화적이었고 비교적 단기간에 파업을 철회했다”는 점 등을 들어 배상액을 청구액의 40%로 정했다.

#전교조 S고교 지부 소속 교사들은 2001년 4월 재단 측이 임명한 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두 달 동안 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으로 139시간의 수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파업 후 이 학교 학생 13명과 학부모 15명이 전교조 교사 34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학생 1인당 100만원, 부모 1인당 3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총배상액은 청구액(2억8000만원)의 6.3%인 1750만원에 그쳤다. 재판부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시위 참가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지적했으나 “수업 거부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는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법을 어기면 그에 따른 손실은 노조가 물어줘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구두선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뭘까.

◆손해액 산정 기준은=홈에버·뉴코아 입점 업체 업주 920명이 1100만원씩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일괄적으로 30만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일부 입점 업체의 하루 매출은 24만∼510만원으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고 제시했다.

2007년 이랜드 노조, 홈에버 매장 점거 파업
그러나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에 있어선 ▶홈에버 월드컵점, 뉴코아아울렛 강남점에서 10일 이상의 장기간 동안 매장을 전면적으로 점거한 것 이외에는 위법행위가 매장별로 2~3회에 그쳤고 ▶매출액이 아니라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를 상대적으로 적게 본 점포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업주들의 소송을 대리했던 우재욱 변호사는 “원고 920명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 피해액을 산정하는 게 어려워 임의로 30만원 배상 결정을 내린 것 같은데 그게 실질적인 보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권오용 변호사도 “실질적인 업체별 이익 감소에 대한 검증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각 법원은 불법 파업으로 인해 사용자나 업주 등이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선 대체로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근거 불분명한 노사 책임 비율=2006년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철도공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노조 측 책임이 절반밖에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은 그 이유로 “공사 측이 성실한 교섭을 하지 않아 쟁의 행위의 원인을 제공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노조와 대화했다면 쟁의 행위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란 점을 들었다. 그러나 공사 측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2006년 철도 노조 파업
2004년의 서울메트로 파업에 대해 서울고법은 “노조가 인력 증원 요구를 3000명에서 900명으로 줄이는 등 탄력적으로 나오는데도 사측은 계속해서 193명을 감원하겠다고 하면서 경직된 태도를 보여 쟁의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노조의 책임을 75%로 줄였다.

이에 대해 김성진 서울메트로 노무팀장은 “당시 회사 상황으로는 인력 충원 요구를 받아들일 입장이 아니었는데도 경직된 태도라고 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무 방해에 관대=2006년 7월 중소기업인 D사의 파업 당시 노조원들은 파업 동참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던 신입 사원들의 출근을 막았다. 출근을 독려하던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폭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출근 독려 행위를 보호받을 업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영업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 범위에서 제외했다.

이 같은 법원 판결은 민·형사상 소송을 통해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관철하겠다는 정부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전진배·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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