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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포커스] 일본, 조선학교 무상교육 제외 논란

지난 5일 일본 도쿄 기타(北)구 주조다이에 있는 도쿄조선중고급학교를 방문했다. 얼마 전까지 수원에서 활약하다 J리그 오미야로 옮긴 북한 국가대표축구팀 안영학 선수의 모교다. 이 학교에는 고급부(고등학교 과정) 563명과 중급부(중학교) 164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조선(북한) 국적과 한국 국적 학생이 거의 반반씩이다. 이 중 2~3%는 일본으로 귀화했거나 부모가 한·일 국제결혼을 한 일본 국적자다.

교실 칠판 위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화와 위아래 검은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학생들의 교복만 제외하면 여느 일본 학교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일반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벽보들이 눈길을 끌었다. ‘고교무상화 정책에 대한 우리의 입장’ ‘납세 의무를 다하고 있는 재일 조선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벽보가 여기저기 나붙어 있었다.

◆찬반논쟁 가열=새 학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 시행되는 고교무상교육 대상에 조선학교를 포함할지를 둘러싸고 일본에서는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공립고교의 경우 학비를 전액 면제하고, 사립과 국제학교 등 각종 고교과정에 재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연간 12만 엔(약 15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조선학교가 일본과 국교가 없는 북한이 지원하는 학교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전후 재일 조선인의 민족교육을 위해 설립된 조선학교는 현재 73곳에 달한다. 이 중 고교과정에 다니는 재학생은 11개 교(1곳은 휴교 중) 약 1900명이다.

사태의 발단은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납치문제담당상의 지난달 21일 발언이었다. 그는 “북한은 (경제)제재조치를 받는 국가”라며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고려해 조선학교를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문부과학성에 요청했다. 이때만 해도 이런 주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지난달 26일 “국교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어떤 교과내용인지 조사할 수 없다. (다른 학교와)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여론 양분=재일교포가 가장 많이 사는 오사카(大阪)의 하시모토 도오루(橋本徹) 지사는 “북한이라는 나라와 폭력단은 기본적으로 같다. 폭력단과 거래하는 학교를 지원해도 되느냐”고 했다. 야당인 자민당도 지원반대 당론을 정했다. 보수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조선학교는 일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를 받는 학교”라며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학교 배제론’은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선학교 재학생의 절반가량은 한국 국적자와 일본 국적자다. 문부과학성조차 “총리의 진의를 모르겠다”며 심의 전에 총리가 먼저 방향을 제시한 데 당황하는 눈치다. 조선학교들은 “납세의무를 다하고 있는 재일 조선인을 차별하고 조선학교만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놀랍고 강한 분노를 느낀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교 측은 또 “ 각종(各種)학교로 인가를 받은 교육기관으로, 교육과정을 공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수의 일본 대학은 조선학교 교육을 고교과정으로 인정해 별도 고졸인정시험 없이 수험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자 중의원 문부과학위원회 의원 23명이 지난 3일 도쿄 조선중고급학교를 찾았다. 이 학교의 윤태길 교무부장은 “5000여 명이 서명한 성명서를 학생들이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며 “의원 중 한 명은 시찰 후 ‘교육에 관한 지원은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사민·국민신당은 “납치문제와 아이들을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당론을 정하고 문부과학성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아사히(朝日)·요미우리(讀賣)신문도 사설을 통해 조선학교 배제론 반대에 힘을 실었다. 5일 시작된 국회 심의에서는 공명·공산당이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나섰다. 하토야마 총리는 6일 “조선학교 관계자와 만나보고 싶다”고 말해 한발 물러선 인상을 풍겼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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