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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민주화운동 재판 땐 떳떳 … 오늘은 서글퍼”

최초의 여성 총리를 지낸 한명숙(66) 전 국무총리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다. 그는 곽영욱(70)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공기업 인사 청탁과 관련해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한 전 총리는 법정에 출석하면서 “내가 살아온 인생을 걸고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의 뒤를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주선·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 등 80여 명이 백합 한 송이씩을 손에 들고 따랐다. 한 전 총리 측은 “백합은 한 전 총리의 결백과 무죄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한 전 총리는 곽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는 오찬 당시의 옷차림으로 출석할 것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퍼포먼스 같다’는 지적에 따라 그만뒀다는 후문이다.

초반부터 법정 다툼은 치열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고가의 일제 골프채를 선물했고, 2004년 총선 때 선거자금을 지원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청탁을 주고받을 만큼 친분이 있다는 정황 증거로 제시한 것이다.

검찰의 공소 요지 설명을 묵묵히 듣고 난 뒤 한 전 총리는 최초 진술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그는 “생애 두 번째로 법정에 섰다. 첫 번째는 31년 전 민주화운동 중 고문을 당한 뒤에 선 것”이라며 “그때는 떳떳했는데 오늘은 한없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삶과 양심을 돈과 바꿀 만큼 헛되게 살지 않았다. 이것은 내 삶 모두를 걸고 하는 절규”라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총리실의 엄격한 의전 절차로 볼 때 은밀히 돈을 주고받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이 이미 사의를 밝힌 상황이었기 때문에 인사 청탁을 들어줄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를 해외 여행과 아들의 해외 어학연수 비용으로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한 전 총리와 가족, 의전비서관이 달러를 구입한 내역이 없는데 수차례 해외 여행을 다녔고 아들은 어학연수를 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금융기관에 한 전 총리와 가족, 전 총리실 의전비서관의 외환거래 사실 조회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기싸움은 곽 전 사장의 신문 영상녹화 기록과 증권거래법 위반 내사기록의 열람·복사 여부를 놓고 이어졌다. 변호인 측은 “곽 전 사장이 검찰의 강압에 의해 허위 진술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과 대질하러 갔을 때 그는 ‘살려 주세요, 검사님. 저 죽을지도 모릅니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인간적으로 동정이 갔다”고 말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을 조사하던 중 우연히 한 전 총리에 관한 진술이 나와 수사했을 뿐 의도가 개입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날 방청석엔 유시민 전 장관 등 많은 노무현 정부 인사가 방청했다. 유 전 장관은 “애초 공소 유지 조건이 안 되는데 기소를 했다. 역사에 남을 재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한 전 총리와 검찰 측 요청으로 집중 심리가 채택돼 매주 2~3차례 재판이 열린다. 15일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26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의 현장검증도 예정됐다. 선고는 다음 달 9일 오후 2시.

이철재·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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