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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클리닉 <19> 아파트 벽면 깨끗이 지우고 필수 정보만으로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53%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2005년 기준).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깨끗함과 편리함을 꼽았습니다. 프랑스 지리학자 줄레조(Valrie Gelzeau) 교수는 이 현상을 ‘새것’ 편향성이라 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도시인들이 주거를 소모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30~40년을 주기로 재건축되고 있습니다. 재개발에 의한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구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는 재건축을 기다리며 흉물로 방치되기도 합니다. 신축 아파트는 건설업체명과 상표로 몸값을 높이려 합니다. 가는 곳마다 아파트촌으로 변하고 있지만, 정돈된 주거환경은 찾기 힘듭니다.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에 의하면 아파트지구는 광고물 표시 금지지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제한적으로 건물을 식별키 위한 이름을 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식별 기능보다 상업적 동기에서 상표나 건설회사의 로고를 크게 표시합니다(사진1). 또 동마다 동 표기가 지나치게 크고 높게 표기돼 있습니다. 주변 유동인구 중 절대다수가 이 정보와 무관한 사람임을 생각하면 이는 이기심의 발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사진2). 보행자나 운전자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시각정보, 광고효과를 노린 자극적인 색채와 문양으로 치장한 외관 등이 경관을 훼손합니다(사진3).


지자체에 따라서는 벽면에 지자체 마크와 슬로건을 넣도록 강요하기까지 합니다. 환경미화를 위해 그렸다는 벽화가 되레 경관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설사와 지자체 등의 과잉 정보 표기가 시각을 혼란시킵니다. 야간에도 아파트명을 밝히는 전광류 간판도 늘어갑니다. 사실 아파트명과 동 표기는 방문자에게만 필요한 것입니다. 디자이너 김현선은 그 두 가지만 남긴 채 건설사 로고와 불필요한 그래픽을 지워 건물 외관을 깨끗이 정돈했습니다. 동 표기는 외부에서 진입하는 사람과 단지 내 보행자의 눈높이를 고려해 상층부와 하층부에 인지 가능한 최소 크기로 적용했습니다. 옥상 난간과 아파트 벽면은 부드러운 톤의 배색으로 주변과 쾌적하게 통합되도록 합니다(그림4).

시민은 눈을 감고 길을 걸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격한 그래픽과 과다한 정보는 그 자체로 시각적 폭력입니다. 아파트 벽면의 정보는 가급적 적고 작게 해야 합니다. 색상과 문양도 최대한 절제하는 것이 도시의 경관을 살리는 길입니다.

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공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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