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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역대 감독에게 듣는다 <5> 히딩크, 2002 한·일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몇 시간 앞두고 있을 때였다. 한국 대표선수들은 같은 날 먼저 열린 일본과 터키의 16강전을 TV로 지켜보고 있었다. 일본이 0-1로 져 탈락하자 한국 선수들은 환호하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순간 히딩크 감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아직도 배가 고픈데 너희는 배가 부른 것 같다. 결국 정신력의 문제다. 여러분은 절대 일본처럼 하지 마라.’”

2002 월드컵 당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맡아 거스 히딩크 감독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용수(51) 세종대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히딩크가 남긴 수많은 리더십 사례 중에서 이탈리아전을 앞둔 이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이 교수는 “16강 진출로 느슨해진 선수들을 지켜보던 히딩크 감독이 일부러 불같이 화를 내며 선수들을 다그치고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며 “그 순간 명장의 냄새를 맡았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히딩크는 혼만 낸 게 아니라 팔꿈치를 많이 쓰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특징을 주지시켰고, 파울을 당하면 심판에게 달려가 강하게 항의하라고 지시했다”며 “히딩크의 치밀한 작전이 결국 토티를 퇴장시켰다”고 말했다. 히딩크는 0-1로 몰리던 후반 홍명보·김태영·김남일 등 수비 자원들을 빼고 황선홍·이천수·차두리 등 공격수를 투입하며 연장전 역전승(2-1승)을 일궈냈다. 이탈리아를 꺾은 한국은 8강에서 스페인마저 무너뜨리고 4강에 올랐다.

◆“팀보다 강한 스타는 없다”=히딩크 감독은 스타 길들이기의 달인이었다.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시절 호마리우,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았을 때는 에드가 다비즈에게 항복선언을 받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 대표팀에서는 안정환이 대상이었다. 이 교수는 “히딩크는 훈련장에 고급 승용차를 끌고 온 안정환을 타깃으로 삼았다. 축구보다는 헤어스타일에 신경 쓸 것 같다는 말로 그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히딩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소속팀(당시 페루자)에서 벤치에 있는 선수(안정환)를 대표팀 주전으로 쓸 수 없다”면서 그의 승부욕을 일깨웠다. 최종 엔트리도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히딩크는 진작부터 안정환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절치부심한 안정환은 미국전 동점골과 이탈리아전 골든골을 뽑아냈다. 이 교수는 “선수들이 가진 100% 그 이상을 뽑아낼 줄 알아야 진짜 감독이라는 것이 히딩크의 지도 철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영표도 제외될 뻔했던 고비=히딩크팀의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을까. 이 교수는 월드컵 개막을 며칠 앞두고 이영표가 차두리와 부딪쳐 종아리를 다쳤을 때를 꼽았다. “히딩크는 3주 진단을 받은 이영표를 엔트리에서 뺄 생각이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한 의료진이 열흘 만에 고치겠다고 약속해 가까스로 이영표가 대표팀에 잔류했다”고 이 교수는 당시를 떠올렸다. 대표팀이 훈련하던 경주종합운동장에 기자들도 모르는 이영표 치료실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 기적처럼 회복한 이영표는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 때 루이스 피구를 원천봉쇄하며 16강행에 기여했다. 이 교수는 “남아공 월드컵 때도 갑작스러운 부상자가 생길 수 있다. 허정무 감독도 주력 선수들이 빠질 때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숙소 내주고 얻은 잉글랜드 평가전=이 교수는 월드컵 첫 경기를 보름여 앞두고 열린 잉글랜드와의 평가전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잉글랜드는 월드컵을 앞두고 서귀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한국 대표팀이 호텔을 비워주면 평가전에 응하겠다고 제안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난 숙소를 양보하는 모양새도 좋지 않고 잉글랜드가 강팀이라 반대했었다”며 “하지만 히딩크는 강호와의 대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흔쾌히 잉글랜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국은 박지성의 동점골로 잉글랜드와 1-1로 비기며 자신감을 얻었다.

허정무팀은 남아공에 입성하기 직전인 6월 3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른다. 이 교수는 “히딩크 감독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강호와의 대결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유로 2008 우승팀 스페인과 맞붙어 우리가 잃을 건 없다. 스페인전은 분명 16강 진출의 보약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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