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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농익으면 저절로 말이 적어지죠”

백지연씨는 “누굴 만나도 그가 겪은 삶의 행간을 다 이해할 수 있게 빨리 늙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세상이 온통 소통이 안 된다고 난리인 이 시절에 말 잘하기로 이름난 그가 ‘침묵’을 들고 나왔다. 스물세 살에 TV 9시 뉴스 진행을 맡아 최연소·최장수 기록을 세우고는 1999년 국내 최초로 프리랜서 앵커로 나섰던 백지연(46·‘스피치코리아’ 대표)씨다.

그가 펴낸 네 번째 저서 『뜨거운 침묵』(중앙북스)은 여느 커뮤니케이션 책과 다르다.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작게 제대로’ 말하는 힘을 이야기한다. 말하는 이가 진정성만 지니고 있다면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가장 큰 울림으로 사람들 가슴을 두드리게 되는 것, 그것이 ‘뜨거운 침묵’이다.

“동시대 역사를 함께 목격하면서 나처럼 지치고 피곤한 이들에게 동지애를 가지고 제가 깨달은 걸 전하고 싶었어요. 탁상 위에 올려놓고 같이 얘기하자는 마음이죠.”

앵커 시절부터 시작해 ‘백지연의 끝장토론’ ‘백지연의 피플 INSIDE’를 거치며 20년 넘게 그가 인터뷰한 한국 사회의 명사만 수천 명이다. 번지르르 혓바닥만 잘 굴리는 사람은 첫 마디에 그의 잣대에 걸렸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 속과 겉이 너무 다른 이가 많았다며 그는 웃었다.

“입으로는 소통과 대화를 말하면서 오히려 불통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저절로 침묵이란 단어를 떠올렸어요. 진실한 마음을 보여준 이만 만나도 기뻤지요, 드물었지만. 진정성이 농익으면 저절로 말이 적어지죠. 누군가 이런 얘기를 내게 미리 해준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백씨는 ‘그렇다면 내가 쓰자’고 마음먹었다. 20대와 30대와 40대, 나이마다 그가 ‘최고의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 맨주먹 맨 무릎으로 치고받은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치열하게 앓았던 고통의 순간을 끄집어내며 많이 울었기에 이 책은 자서전의 그늘을 드리운 구석도 꽤 된다. 그 자신 ‘내가 나를 위해 뜨거운 침묵으로 찾아가는 여정의 기록’이라 표현했을 만큼.

“특히 마지막 장인 ‘뜨거운 나’의 한 대목 ‘내 안의 침묵’을 쓸 때는 몸의 진액을 짜내는 듯 힘겨워 남산을 한없이 바라보고, 커피를 몇 잔씩 거푸 마시며 한 단어 한 문장씩 가슴에 새기듯 썼어요. 고독의 시간, 침묵의 시간이 진정한 휴식과 성장의 시간이 되지 못하는 건 상처 탓이죠. 대부분 외로움이나 상처를 쪼개거나 깨뜨려버리는데 그럼 덧나기 십상이에요. 상처는 깨트리지 말고 녹여 버려야 합니다.”

그는 이 책이 나이·성별·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세상과, 또는 자기 삶과 대화하는데 지친 이들이 읽어서 숨통을 틀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라며 썼다고 했다. “많이 팔리기보다 많이 읽히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백씨는 2007년부터 ‘교육 기부’를 해왔다. 2009년 회사 수익금과 콘텐트 일체를 역시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금으로 내놨다. 이 책의 저자 인세는 ‘그늘에 서 있는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 그는 ‘아이들’을 강조했다. 어른은 굳이 지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늘에 서 있는’의 뜻을 물었더니 예를 들었다. “가뭄에 목마른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가능하면 많은 수의 우물 파주기.”

그는 출판사가 번역판권을 중국·일본·대만·태국 등지로 수출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어 지구촌 아이들을 더 널리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영화 ‘위대한 침묵’에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면 그의 책『뜨거운 침묵』은 가히 ‘침묵의 시대’를 갈망하는 요즘 사람들의 희망을 읽은 듯싶다.

“인터뷰를 즐기고 앵커란 직업이 너무 좋다”는 그가 뜨거운 침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인터뷰어로 자주 우리 곁에 오기를. 

글=정재숙 선임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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