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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미국 차, 일본 차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제조하거나 아이오와에서 재배하거나. 생소해 뵈는 후자를 부연하면 이렇다. 아이오와에서 밀을 키운다→밀을 배에 실어 태평양에 띄운다→몇 달 후 배가 도요타 자동차를 싣고 돌아온다. 따라서 “디트로이트 자동차공장 노동자와 아이오와 농민들은 직접적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고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설파했다. 정부가 무역 장벽을 세워 디트로이트를 보호하는 순간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오와에 돌아간다는 거다. 왼쪽 주머니 털어 오른쪽 채우는 격이다. 게다가 국민 전체론 자동차 총 구입 비용이 늘어나니 결코 국익에 보탬이 안 된단 주장이다.

그럼에도 ‘디트로이트 보호론’은 결코 잠잠한 적이 없다. 일본 차가 미국에 발을 내딛던 초기부터 그랬다. 워터게이트 관련 녹음 테이프 속에 그 단면을 보여주는 비밀 대화 한 토막이 들어 있다. 1971년 4월 헨리 포드 2세와 리 아이어코카(당시 포드 사장)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하소연한다. “일본 놈들이 우리를 산 채로 집어삼키려 합니다. 새 안전 장비가 법으로 요구되면 일본은 시간당 1달러50센트로 해결하겠지만 우린 7달러 넘게 줘야 해요. 비용이 이렇게 높아지면 국민이 우리 차 대신 외제 차를 살 겁니다.” 닉슨의 대답은 이랬다. “맞소. 납득이 됩니다.” 이들의 합의 탓에 안전벨트·에어백 등을 의무화하려던 규정은 20년 가까이 시행이 미뤄졌다.

그랬던 미국이 이번엔 일본 차의 안전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올가을 중간선거를 의식한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차 편을 들고 나섰다”는 게 일본의 볼멘소리다. 하지만 전혀 멈출 기색이 아니다. 최근 도요타 청문회에서 목축업 중심지인 네브래스카 상원의원 마이크 조핸스는 2003년 말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시장이던 일본이 안전에 대한 우려로 수입 금지를 단행한 전력을 꼬집었다. “같은 이유로 미국이 일본 차 수입을 금지하면 어쩔 거냐”고 캐물었다. ‘어차피 네브래스카도 피해 본 마당에 디트로이트를 싸고 도는 게 뭐 어때서?’란 국민 정서를 대변한 셈이다. 조만간 일본에 가는 교통부 장관이 이 문제를 정식 거론할 참이라 안전 관련 공방은 양국 간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쇠고기와 자동차가 엮인다니 남의 일로 넘길 계제가 아니다. 자칫 고래 싸움에 한국 등 터질까 걱정이다.

신예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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