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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아파트 민주주의도 주민 참여에 달렸다

‘아파트 공화국’. 한 프랑스 지리학자가 우리나라에 대해 쓴 책 제목이다. 한국에선 아파트가 가격으로 평가되는 상품이라는 이방인의 통찰처럼 우리에게 아파트는 부의 상징이기도, 생활 그 자체이기도 하다. 전국 1588만 가구 가운데 664만 가구(통계청 2005년 기준)가 아파트에서 먹고, 자고, 출근한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아파트 주민은 ‘내 집’에만 관심을 두지, 내 아파트 단지가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대해선 어둡다. 관리비는 어디에 얼마나 사용되는지, 관리업체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지, 심지어 내가 사는 동의 대표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생활에 직결되는 중요 사항인데도,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가곤 한다.

단지마다 동 대표들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입주자회)라는 게 있다. 단지 내 전기·도로·상하수도·주차장·가스설비·냉난방설비·엘리베이터를 유지하고 운영기준을 정하는 기구가 바로 이것이다. 전국에서 입주자회 손을 거치는 아파트 관리비만 연간 5조29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자회는 ‘그들만의 리그’다. 무관심이 낳은 결과다. 그러다 보니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입주자회 회장과 동 대표, 감사들 중에는 이권을 위해 활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잡음도 많고, 분란도 잦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관심이다. 관리비 지출 명세를 들여다보고, 입주자회 임원 면면을 살피고, 그들의 활동을 지켜보고, 아니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문제는 이에 들이는 에너지에 비해 돌아오는 이득이 적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일일이 챙겨볼 의지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국토해양부가 입주자회 직선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그런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작지만 모양을 갖춘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고, 후보자는 피부에 다가오는 공약을 제시하고, 주민은 직접 한 표를 행사하는, 명실상부한 풀뿌리 자치를 실천하자는 취지다.

물론 정부가 이런 데까지 간섭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직선제를 하면 동 대표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걱정도 나온다. 국토부는 “잠든 주민을 깨워 권리를 찾게 하는 것”(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이라고 설명한다.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아파트 민주주의’가 만개하느냐, 정부의 공연한 간섭으로 끝나느냐에 대한 답은 주민의 관심에 달렸다.

권호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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