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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특허 괴물에 맞서려 경쟁사와도 손잡아”

LG전자가 최근 ‘지적재산권(IP) 스쿨’이라는 사내 특허 교육과정을 열었다. 사내·외 전문가 35명으로 구성된 강사진이 300명의 LG 계열사 직원을 7월 말까지 가르친다. 지난해 LG전자 내에 개설했더니 예상보다 호응이 커 관계사로 확대했다.

LG전자의 특허센터장인 이정환(57·사진) 부사장이 이 과정의 총책임자다. 치열한 글로벌 특허 전쟁의 이 회사 야전사령관 격이다. 이 부사장은 “될성부른 특허인지 아닌지를 구별해 내는 ‘혜안(慧眼)’을 전수하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그 휘하의 특허 전문인력은 200여 명. 이 가운데 국내 변리사와 국내·국제 변호사가 10여 명 있다.

이 부사장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과 구글, 삼성·LG와 파나소닉 등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고 그 반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특허 전쟁에서는 아군·적군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특허 공세를 수동적으로 막기보다 공격을 통한 방어에 힘쓸 때”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5년 ‘공격용 특허’로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당시 LG전자는 플라스마표시장치(PDP) 기술에 대해 일본 마쓰시타로부터 특허 침해 관련 맹공을 당하고 있었다. 백약이 무효라 떠올린 묘수가 DVD 특허. 마쓰시타보다 우위에 있는 특허를 내세워 소송 맞불을 놓기로 한 것. 결국 두 회사는 일종의 특허 협력인 ‘크로스 라이선스’로 휴전했다.

‘지적재산권(IP) 스쿨’ 첫 강의가 열린 2일 오후 5시 서울 우면동 LG전자기술원. ‘조인트벤처(합작투자)와 공동 개발 때의 지적재산권 문제’에 관한 변호사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해외 지사에서 사내망을 통해 접속한 직원들의 질문이 날아오는 등 면학 열기가 뜨거웠다. 하루 업무가 끝나 가는 시간이었지만 조는 사람 한 명 없었다. LG전자 배동석 차장은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회사와 계열사의 진솔한 사례를 탐구해 보는 과정이라 집중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정환 부사장은 “외부 공개 강의가 규정을 해석하는 데 주력한다면 여기에선 실제로 소송이나 협상에 뛰어드는 전략가를 기른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LG전자의 특허 전략은.

“최상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전략을 많이 써먹는다. 제조업 분야의 특허 전쟁은 특히 선제공격이 중요하다.”

-LG전자의 특허출원이 많이 줄었다는데.

“공들여 개발한 특허라도 시장에서 통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물량 위주의 출원이 중요했던 시절이 있다. 2005년 이전에는 연간 1만 건 넘는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알짜만 골라 연 3000건 정도 한다. 쓰임새가 적은 휴면특허는 폐기하거나 특허청 등을 통해 중소업체에 판다. 휴면특허를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현재와 미래에 어떤 기술이 적합한지 재빨리 알아내는 게 특허 전문가다.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전자업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국제적으로 ‘특허 괴물(Patent Troll)’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

“특허 괴물은 특허를 비정상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다.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하기 일쑤다. 원래 특허는 발명가에게 적정한 대가를 주는 것인데 특허 괴물은 산업적인 측면을 도외시해 제조업을 위축시킨다. 특히 잠자고 있는 대학의 발명 특허를 사들여 장난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 대학 측과 이런 문제를 놓고 많은 얘기를 나눈다. 특허 괴물에 대항하려고 경쟁사와도 연대한다.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등에 우리도 동참해 공동 전선을 편다. 현재까지 블루레이디스크(BD), 미국 디지털TV 표준규격(ATSC) 등 21개 특허 풀(협의체)에 가입해 있다. 표준 특허 분야의 위세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의미다. 특허 풀 가입은 표준 규격을 중심으로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협상 상대에 대한 응접 요령은.

“상대방 기술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 중요한지 빨리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다음은 협상 종료 시점이다. 일종의 작전인데 초기에 빨리 끝내 버리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시간을 오래 끌면서 상대방 진을 빼는 게 좋은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원천기술 강국인 일본 제조업이 근래 삐거덕거리는 양상인데.

“시장에서는 기술만으로 이길 수 없다. 기술과 마케팅이 잘 어우러져야 최종 승자가 된다. 세세한 기술 개발에 너무 몰두하다 보니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특허 로열티로 적자를 보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본은 특허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다. 한국이 일본을 90% 정도 따라왔다고나 할까. 특히 기초과학과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강자다.”

심재우·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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